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장사언희 莊士言戲

백운선사 김대현 2020. 6. 22. 18:49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장사언희 莊士言戲

풀 성할 장선비 사말씀 언놀 희

 

행실이 훌륭한 선비가 장난스러운 말을 하다

 

조선조 성리학자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17111781)선생의 시문집인 대산집(大山集) 권십 (卷十)에 답이천유 인훈을축(答李天牖 仁壎乙丑) 천유 이인훈에게 답하는 편지편에서 발췌하다

 

乃蒙不鄙 辱書往復 내몽불비 욕서왕부

所以告敎警誨者 소이고교경회자

有若古人所以處於朋友之際者 유약고인소이처어붕우지제자

自惟賤劣何以獲此於梁楚也 자유천렬하이획차어량 초야

旣而徐考其所以爲說者 기이서고기소이위설자

乃無一言之及乎 偲切訓誥 내무일언지급호 시절훈고

而大爲遊談以供一塲調笑之資 이대위유담이공일장조소지자

來諭所謂 莊士而言戲 者 래유소위 장사이언희 자

必不言之而躬自蹈 則豈向者得 필불언지이궁자도 칙기향자득

我於言談之際而見其有好大自夸之意 아어언담지제이견기유호대자과지의

姑以是相輕邪 고이시상경사

 

이에 인색하지 않게 살펴주시고 수고스럽게도 편지를 보내주시며

가르쳐 주시고 놀랍게도 일깨워 주시는 바가

마치 옛사람이 벗과 교제 하는 곳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니 천하고 졸렬한 제가 어찌 이런 양초의 융숭한 접대를 받아도 될까요

이미 천천히 그 말씀하신 것을 살펴보니

이에 따끔하게 꾸짖는 시절이나 훈계하는 내용은 한마디도 없으시고

대체로 놀며 이야기하시는 유담을 하시거나 한바탕 웃을 밑천거리만 제공하시는 것 같아서

보내 주신 말씀에 이르시길 행실이 훌륭한 선비가 장난스러운 말을 하다 한 것은

반드시 제 몸을 스스로 밟으라는 이런 말씀은 아니겠지만 어찌 그런 일을 따르겠습니까

저와 말씀을 나눌 때에 제가 크게 좋아하고 스스로 자랑하는 뜻이 있음을 보시고는

혹여 이것으로 가볍게 상대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위의 글은 조선의 성리학에서 퇴계 이황(退溪 李滉) 갈암 이현일(葛庵 李玄逸) 대산 리상정(大山 李象靖)선생은 사단칠정의 리기분속(理氣分屬)문제에서 퇴계선생의 리기호발설(理氣互發說)과 율곡선생의 기발리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의 두 견해에서 퇴계선생의 리발일도(理發一途) 주리론(主理論)을 주장하는 큰 물줄기로서 대산선생은 그 물줄기를 절정에 이르게 한 영남학파의 한 분이시다

조선시대에 왕성했던 학파적 논쟁을 보았을 때 필자는 성리학이나 유교에 심취하지를 못했기 때문에 학설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입장이 못 되지만 다만 안타까운 것은 만약 조선이 국교를 유교로 단정하지 않고 학문의 문호를 개방해 놓았다면 아마도 우리 조선의 학문은 전 세계를 주름잡는 중심장소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장사언희(莊士言戲) 훌륭한 선비가 농담을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행실이 훌륭하고 고고한 선비라면 감히 일반인들은 말도 붙이지 못하고 지례 겁부터 먹고 주눅이 들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인데 그 경계를 풀어주기 위해 가벼운 농을 건네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풀어주어 친숙감을 가지게 하고 귀천을 떠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도로서 사용했다면 썩 훌륭한 방편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보며 반대로 고귀한 선비가 수시로 농을 건다면 그 선비의 품위에는 분명 큰 손상이 따라 천박한 선비로 전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필자는 선비도 농을 즐기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믿으며 붓을 들고 희롱한다

 

환기 921752일 아침에[白雲仙士成語文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