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설빈화안 雪鬢花顔

백운선사 김대현 2020. 3. 11. 16:23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의 囊裏談筆]


설빈화안 雪鬢花顔

 

눈 설雪 귀밑털 빈鬢 꽃 화花 얼굴 顔

 

고운 머리채와 젊고 아름다운 얼굴

 

설빈화안 성어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나 찾아보니 허난설헌(許蘭雪軒)의 규원가(閨怨歌)에서 나오길래 가사문학 가사체도 맛 볼 겸 기 부분과 말미만 소개하여 본다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소년 행락(少年行樂) 생각하니 일러도 쇽졀업다

늙거야 셜운 말삼 하자니 목이 멘다

부생모육(父生母育) 신고(辛苦)하야 이내 몸 길너 낼 제

공후 배필(公侯配匹) 못 바라도 군자호구(君子好逑) 원(願)하더니

삼생(三生)의 원업(怨業)이오 월하(月下)의 연분(緣分)으로

장안유협(長安遊俠) 경박자(輕薄者)를 꿈 갇치 맛나 이셔

당시(當時)에 용심(用心)하기 살어름 디듸는 듯

삼오이팔(三五二八) 겨오 디나 천연여질(天然麗質) 절노 이니

이 얼골 이 태도(態度)로 백년기약(百年期約) 하얏더니

연광(年光)이 훌훌하고 조물(造物)이 다시(多猜)하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디나듯

설빈 화안(雪鬢花顔) 어대 두고 면목가증(面目可憎) 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참괴(慚愧)하니 누구를 원망(怨望)하랴

 

중략

아마도 이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34 43의 운률로 이어지는 우리의 옛 가사문장은 바로 우리의 말 단어구성이 3 4조의 형태로 이루어지다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을 해 보며 위 규원가에서 마지막 구의 마침처럼 가사문학은 대부분 마지막 구를 시조의 종장과 같은 형식으로 마무리가 된다 아마 이 가사는 대부분 아낙네들의 문장이라면 시조는 고고한 사대부의 품격을 소설같이 긴 가사문장을 배제하고 간략하게 3장6구12음보 45자내외로 읊음으로서 세계적으로 독특한 우리만이 가진 시조문학과 가사문학이 거의 같은 시대에 생겨난 아름다운 우리문학의 진수 중에 규원가도 한 작품이다

 

엊그제 젊었더니

천년여질 설빈화안

천생으로 곱디고운 아름다운 외모였었는데

꽃다운 나이에....

어찌 벌써 이렇게 다 늙어버렸는가

 

어쩔 수 없는 시대를 만난 천재시인 허난설헌은 남편과 시모사이의 불화 어린 자녀의 죽음등 불행한 삶을 살다 27살로 삶을 마감한 애닲은 여류작가가

자신을 한탄하는 자조석인 삶의 애환이 서린 이 시 가사는 남동생인 홍길동의 저자 허균이 그녀의 시를 아껴 허난설헌 사후 명나라 시인 주지번에게 시를 보여주었는데 이를 보고 감탄한 주지번이 명나라에서 난설헌집을 발간해서 명에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본에서도 번역되어 명과 일본에서 유명해지고 역으로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규원가사를 조금 살펴보았다

 

인생이든 삶이든 권력이든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영원히 간직 할 수 있겠는가마는 지나고 나면 그립고 서러운데 주인공의 처지에서는 설빈화안이 더욱 그립고 서러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