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도화행화 桃花杏花

백운선사 김대현 2020. 3. 26. 10:00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도화행화 桃花杏花

   

복숭아 도꽃 화살구나무 행꽃 화

 

복숭아꽃과 살구꽃을 의미하면서 대표적 봄꽃을 상징한다

 

조선시대 문신 정극인선생의 불우헌집(不憂軒集)2권 가곡(歌曲)편에 상춘곡(賞春曲)에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花杏花(도화 행화)夕陽裏(석양리)예 퓌여 잇고라는 구절은 가사문학에 대한 공부를 조금만 관심 가진 이는 거의 다 아는 유명한 문장이다

도화행화의 용례는 많으나 김창흡(金昌翕 1653~1722)선생의 문집 삼연집(三淵集)卷之二에 실린 시 소양정(昭陽亭)을 소개해 본다

 

君不見 昭陽亭子奇 大江之源俯在斯

군불견 소양정자기 대강지원부재사

白皪明波千載魚 紅壁沙版古人詩

백력명파천재어 홍벽사판고인시

悲吟吾祖翫江春 不見桃花杏花飛

비음오조완강춘 불견도화행화비

江流悠邁野色寒 霜風捲我登樓衣

강류유매야색한 상풍권아등루의

百年往事已翳如 莽莽貊國誰遠思

백년왕사이예여 망망맥국수원사

 

그대는 보았는가 소양 정자 기이한 것을 큰 강의 원류인 이곳에서 굽어보니

희게 반짝이는 파도에 천년 물고기며 붉은 벽 모래판에 옛 사람의 시로구나

강의 봄을 즐겨하신 할아버지 시를 읊조리며 복사꽃 살구꽃 흩날림을 보지 못하네

강은 유유히 흐르고 들판엔 찬 기운 서늘한데 서릿발 바람에 옷 껴입고 누각에 오르니

지나간 백년 이미 깃털 같아서 아득한 옛 맥국을 누가 오래도록 그리워 하리

 

청음 김상헌선생의 증손자이신 삼연선생의 글 속에는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시안에서 드러내어 은근히 효와 나라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양정의 시는 참으로 아름다운 시로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매화 꽃잎을 터뜨리니 복사꽃 살구꽃 앞 다퉈 피는 구나

앞산 뒷산 산속에 소쩍은 소쩍소쩍 짝 찾는 소리 아름다운데 코로나 괴질로 사회거리두기 약속으로 화전놀이도 못 가는 신세가 되고 보니 도화행화 꽃 속에서 그저 방긋이 웃으며 화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금년도의 봄 풍경이다

 

전 세계 지구인이 도화행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어여 빨리 오길 바라는 염원을 불어 넣으면서 휘호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