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의 囊裏談筆]
도화행화 桃花杏花
복숭아 도桃 꽃 화花 살구나무 행杏 꽃 화花
복숭아꽃과 살구꽃을 의미하면서 대표적 봄꽃을 상징한다
조선시대 문신 정극인선생의 불우헌집(不憂軒集)제2권 가곡(歌曲)편에 상춘곡(賞春曲)에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花杏花(도화 행화) 夕陽裏(석양리)예 퓌여 잇고라는 구절은 가사문학에 대한 공부를 조금만 관심 가진 이는 거의 다 아는 유명한 문장이다
도화행화의 용례는 많으나 김창흡(金昌翕 1653~1722)선생의 문집 삼연집(三淵集)卷之二에 실린 시 소양정(昭陽亭)을 소개해 본다
君不見 昭陽亭子奇 大江之源俯在斯
군불견 소양정자기 대강지원부재사
白皪明波千載魚 紅壁沙版古人詩
백력명파천재어 홍벽사판고인시
悲吟吾祖翫江春 不見桃花杏花飛
비음오조완강춘 불견도화행화비
江流悠邁野色寒 霜風捲我登樓衣
강류유매야색한 상풍권아등루의
百年往事已翳如 莽莽貊國誰遠思
백년왕사이예여 망망맥국수원사
그대는 보았는가 소양 정자 기이한 것을 큰 강의 원류인 이곳에서 굽어보니
희게 반짝이는 파도에 천년 물고기며 붉은 벽 모래판에 옛 사람의 시로구나
강의 봄을 즐겨하신 할아버지 시를 읊조리며 복사꽃 살구꽃 흩날림을 보지 못하네
강은 유유히 흐르고 들판엔 찬 기운 서늘한데 서릿발 바람에 옷 껴입고 누각에 오르니
지나간 백년 이미 깃털 같아서 아득한 옛 맥국을 누가 오래도록 그리워 하리
청음 김상헌선생의 증손자이신 삼연선생의 글 속에는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시안에서 드러내어 은근히 효와 나라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양정의 시는 참으로 아름다운 시로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매화 꽃잎을 터뜨리니 복사꽃 살구꽃 앞 다퉈 피는 구나
앞산 뒷산 산속에 소쩍은 소쩍소쩍 짝 찾는 소리 아름다운데 코로나 괴질로 사회거리두기 약속으로 화전놀이도 못 가는 신세가 되고 보니 도화행화 꽃 속에서 그저 방긋이 웃으며 화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금년도의 봄 풍경이다
전 세계 지구인이 도화행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어여 빨리 오길 바라는 염원을 불어 넣으면서 휘호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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