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하청난사 河淸難俟

백운선사 김대현 2020. 3. 28. 09:59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하청난사 河淸難俟

   

물 하맑을 청어려울 난기다릴 사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렵다

이 말은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려운 것과 같이 아무리 기다려도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나 기대할 수 없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오는 고사성어지만 우리 조선 숙종(肅宗)때 학자이신 김창협(金昌協1651~1708)선생의 유고(遺稿) 시문집(詩文集) 농암집 권지십칠(農巖集 卷之十七)에 용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然執事之意 如不欲遂己

연집사지의 여불욕수기

而或於異日情事少伸

이혹어이일정사소신

則尙可以彌甥之誼 黽勉自效

칙상가이미생지의 민면자효

而河淸難俟 歲月逾邁

이하청난사 세월유매

竊恐朝露溘然 無復有此日耳

절공조로합연 무부유차일이

 

그러나 만일 집사의 뜻이 끝내 이것을 하지 않으시드라도

혹 다른 날에 마음의 일이 다소 풀리신다면

생질로서 옳은 예를 있는 힘껏 다해 본받고 받들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세상을 기다리기는 어렵고 세월만 흘러가고 멀어지니

아침 이슬처럼 갑자기 사라져 다시는 좋았던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하청난사 황하의 흙탕물은 강의 원류 상류지역이 황토모래 사막지역이라 강의 하류는 맑은 물을 볼 수가 없다 전설에 의하면 천년에 한번은 맑아 진다하나 아마도 역사적으로 그런 맑아 진 그런 날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 아닐까

 

우리 선현들의 용례를 찾아 문장문구를 소개하면서 느끼는 것은 선현들의 문장서술은 매끄럽고 부드럽고 가슴이 벅차서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서서히 식으면서 가라앉았다가 물이 흐르듯이 산골짜기를 졸졸 흐르면서 갑자기 폭포를 만나 꺾어진 절벽에 떨어질듯 떨어졌다가 폭포아래 소속에 소용돌이쳤다가 맴돌다가 흐르는 문장은 깍듯한 예를 갖추고 사리에 어긋남이 없이 합당하며 온당하게 이어져 가는 것이 마치 우리의 산천을 보는 것과 같다라는 생각을 가진다

 

하청난사 기다려도 오지 않을 일이지만 그러나 인생은 즐거움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나듯이 그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하청난사를 휘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