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명창정궤 明窓淨机

백운선사 김대현 2020. 3. 31. 10:19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명창정궤 明窓淨机

 

밝을 명창 창깨끗할 정책상 궤

 

창살은 밝고 책상은 깨끗하다

밝고 환한 창가에 잘 정리 된 책상에 앉으면 책은 절로 손에 잡힐 것이며 명상하기에 좋은 환경을 의미한다

 

명창정궤는 송나라 학자 구양수의 저서 시필(試筆)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숫한 문인들의 사랑을 받는 성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며 고려 후기의 학자이신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96)선생의 시문집 목은집(牧隱集) 시고에서 발췌하여 소개해 본다

 

明窓淨几絶纖塵 徹骨淸閑病後身

명창정궤절섬진 철골청한병후신

乞賜土田煩冢宰 欲令苗裔識功臣

걸사토전번총재 욕령묘예식공신

文章縮手抱吾拙 爵祿無心安我貧

문장축수포오졸 작록무심안아빈

乞巧送窮俱寂寞 何須作計更隨人

걸교송궁구적막 하수작계경수인

 

밝은 창가 깨끗한 책상에는 티끌하나 없고

앓고 난 뒤 몸은 뼛속까지 가볍고 한가롭다

토지를 내려달라고 총재(이조판서)를 번거롭혔는데

먼 후손에게 공신임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지

문장 솜씨는 움츠려서 나의 졸렬함을 지키고

벼슬 봉록엔 관심 없어 내 가난함이 편안하다

재주 빌고 가난하게 보낸 일이 모두 다 적막한데

어떻게 모름지기 남 따라서 계략을 꾸미려할까

 

명창정궤 밝은 창가의 책상에 앉으면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초탈하여 문인들의 마음은 여전히 하나로 같으리라 여긴다

 

필자가 이곳 청송진보에 내려와 한방 도가니탕 소머리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종가집해장국을 운영하면서 작은 방하나가 여유가 있어 널름 계약하고 나만의 서재로 제격이다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서재는 점점 좁아지고 식당에 필요한 물건들로 가득 쌓여 창고로 변하는 모습이 명창정궤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다가오는 기구한 팔자소관을 어찌 탓하랴만 그래도 붓 들고 노닐며 추지대엽같은 문장이지만 글도 쓰는 오늘이 즐거웁다

구석진 외진 공간에 화선지 펼쳐놓고 햇살 받으며 즐기는 이 마음을 뉘가 알랴

 

초심으로 돌아가 명창정궤를 처음으로 전서체(篆書體)로 휘둘러 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