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감정지와 坎井之蛙 ​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2. 10:18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감정지와 坎井之蛙

 

구덩이 감() 우물 정어조사 지개구리 와

 

구덩이 속의 개구리

식견(識見)이 좁은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순자(荀子) 장자(莊子)에도 나오지만 선현들이 즐겨 쓰는 성어인데 조선조에 편찬 된 동문선 권지사십이(東文選 卷之四十二)에 고려시대의 문신 학자이셨던 김부식(金富軾 1075 ~ 1151)선생의 세 번째 사직 상소 삼사표(三辭表)가 있어 그 중 한 구절을 발췌하여 소개해 본다

 

伏望俯憐愚懇 特降兪音

복망부련우간 특강유음

則埳井之蛙 期入休於缺甃

칙감정지와 기입휴어결추

江湖之鳥 免眩視於大牢

강호지조 면현시어대뢰

區區之誠 期於得請

구구지성 기어득청

 

엎드려 바라옵나니 어리석은 간절함을 가련히 여기시어

특별히 임금님의 대답을 내려 주시오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 돌 벽 틈에 붙어 쉬며 지낼 것을 기약드리오니

강호(江湖)의 새가 큰 우리(둥지)를 보는데 어둔함을 면하게 하소서

구구한 정성으로 청원하오니 대답 얻기를 기대 하옵나이다

 

더 이상 관직의 욕심을 버리고 편안히 퇴직하여 집안에 앉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며 올린 사직상소가 거절된다면 또 관직에 머물러야 하는 것도 아픈 고통일수도 있겠다

 

대학자도 자기를 스스로 낮춰 우물 안의 개구리로 욕심을 버리고 그 우물 안에 돌 틈에 끼여 붙어서 여생을 살고 싶다하시는데 반대로 우리 사회는 진짜 감정지와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면서 이 세상 모두를 다 아는 양하며 으스대며 사시는 분들이 세상에는 더러 있다

 

혹시 필자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이지 아닐까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똥고집을 부릴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돌아서 생각해보면 왜 그랬지 하고 뉘우칠 때가 있었던 것을 보면 아마도 필자도 우물 안의 개구리의 한 부류라고 생각에 미친다

 

감정지와 비록 우물 안의 개구리지만 그 우물 안에 살면서 우물 안의 모든 것을 다 간파하여 알 수 있다면 그것도 족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전서체로 붓 들고 휘 둘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