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행불유경 行不由徑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1. 10:26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행불유경 行不由徑


 

 

갈 행아닐 불따를 유지름길 경

 

길을 가는 데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

행동이 올바르고 곧다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논어 옹야에도 나오지만 조선조 병자호란 때 척화파였던 김상헌의 후손이며 영의정을 지낸 김수항의 넷째 아들로 역시 영의정을 지낸 큰형 창집(昌集) 둘째 형 창협(昌協) 셋째 형 창흡(昌翕)과 함께 도학과 문장과 그림으로 이름을 남긴 김창업(金昌業, 1658~1821)선생의 문집 노가재 연행일기(老稼齋 燕行日記)에 재미있는 용례가 있어 발췌하여 소개해 본다

 

城外居黃君順承來見 黃君有操行

성외거황군순승래견 황군유조행

行不由徑 目不視邪色

행불유경 목불시사색

妓輩亦敬之 名曰固執黃生員

기배역경지 명왈고집황생원

성 밖에 사는 황순승(黃順承)군이 찾아와서 보았다

황군은 평소의 남다른 품행을 가지고 있어

지름길을 가지 않았고 눈으로는 사악한 것을 보지도 않았다

기생들도 그를 보고 놀라워하며 고집 황 생원이라고 이름으로 부른다

 

집암 황순승(執庵 黃順承1652-1718)선생은 조선 영조 때 일명 황고집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소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의 8대 방조이시다

집암 황순승선생의 고집은 정말 대단했었나 보다 지름길이나 길이 아니면 가지를 않는 일생을 사셨다는 것은 자기를 지켜내는 의지가 대단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일생을 살면서 우여곡절을 겪다보면 누구나 힘에 지쳐서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리한 지름길을 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반사인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게 굳건히 지키면서 내치는 것은 보통 인물의 정신으로서는 어려운 것을 지켜내셨으니 황순승선생의 고집은 본받을 만 하다 하겠다

 

인생에서 곧고 올바른 길 정도로 당당하게 나아가면서 두루두루 폭넓게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서화예술도 원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가지지 않는 이상은 아니 타고났어도 꾸준한 연마와 창의력 있는 학습이 뒤따르지 않으면 자기만의 경지에 들기가 어렵다

 

모든 세상사가 어찌 그리 녹녹히 지름길이 열려있겠는가

어둔한 필자가 욕심을 앞세워 진정한 도를 얻으려고 행불유경 휘호를 하고서는 거참 지름길로 가려하네! 행불유경이거늘...” 빙그레 웃으며 하루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