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추지대엽 麤枝大葉

백운선사 김대현 2020. 3. 25. 10:28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추지대엽 麤枝大葉

   

거칠 추가지 지큰 대잎 엽

 

거친 가지와 큰 잎

자잘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글을 짓거나 쓴 글씨를 비유함

 

이 성어는 여정덕(黎靖德)의 주자어류(朱子語類)상서일(尙書一)강령(綱領)편에 나오지만 우리 조선조 추사 김정희선생의 문집 완당선생전집권삼(阮堂先生全集卷三)서독(書牘)에 실린 내용 중 몇 구절을 발췌해서 소개 한다

 

春事闌珊 亦想綠意林園

춘사란산 역상록의림원

麁枝大葉 作一翡翠堆矣

추지대엽 작일비취퇴의

 

바쁜 봄 일을 지났으니 또한 아마 더욱 짙어가는 숲속에는

굵은 가지와 큰 잎사귀들이 하나의 푸른 비취의 무더기를 이루었다

 

추지대엽 이 성어는 거침없이 뻗어 올라가는 거친 가지의 기운활달과 큰 잎의 드리운 그늘처럼 어떠한 규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행하거나 문장을 짓거나 글씨를 쓸 때 이렇게 비유한다.

 

필자의 지난 시절 서화학습관이 이 추지대엽 같았다라고 하면 맞을 듯하다

 

서른 후반에 붓을 잡고 서화에 입문하면서 지도선생님이 주신 체본과 교본 서책을 애지중지하면서 그 안에 억매여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

동문수학하는 동우들은 체본대로 수십 수백 장을 그대로 임모를 하였다면 필자는 뿔난 망아지처럼 단 다섯 장도 제대로 똑같이 임모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교본의 서첩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부터 필자는 의임을 위주로 학습에 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나는 나이기에 나만의 길로 간다.”는 가장 멍청한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필자의 그림과 글씨는 거칠고 투박하고 고운대가 단 일도 없으며 어느 누구의 서체를 닮은 듯하나 자세히 보면 전혀 아니다 필자의 글씨는 황량한 가시밭 우거진 억새숲속과 같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도 한다 가끔씩 이 추지대엽같은 글씨가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추지대엽 성어를 휘호 해 놓고 감상하니 역시 어눌하고 거칠기가 추지대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