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상만지거 相挽之裾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6. 10:55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상만지거 相挽之裾

 

서로 상당길 만갈 지옷자락 거

 

서로 옷자락을 잡아당기다

친척 친우간의 서로 이끌려서 잡아당기고 잡아당기는 끈끈한 정을 의미한다

 

상만지거는 조선중기 문신이자 대제학을 지내신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 1563~1633)선생의

문집 우복선생문집권지육(愚伏先生文集卷之六) 소차(疏箚)에 해직(解職)을 청하기 위해 올린 상소 문장에 나오는 성어이다

 

今於歸見之後

금어귀견지후

情愛牽攣 相挽之裾 未忍遽絶

정애견련 상만지거 미인거절

則瞥眼之間 休日已盡

칙별안지간 휴일이진

將陷於逋慢之誅

장함어포만지주

 

지금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를 만나 본 뒤에는

정과 사랑에 이끌려 서로 잡은 옷깃을 잔인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깐사이에 휴가 날짜가 이미 다 지났으니

장차 회피하고 게으르며 거만한 죄에 몰리게 되겠구나

 

상만지거는 거의 생소한 성어이리라 본다

필자가 우복선생님의 문집 우복집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표현이 마음에 쏙 들어 이 성어를 발췌하여 그 용례를 찾아보니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상만지거 성어의 근원은 우복집에 잠정적으로 두기로 하고 차후 그 용례가 앞선 자료가 나오면 수정을 하기로 결정하다

 

서로 정에 이끌려서 자기도 또한 상대도 모르게 본심에서 우러나와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잡아당기는 행위는 사람들의 사심 없는 정의 표시이다

상만지거는 가장 인간적 친밀감을 표현한 성어중에 하나임엔 틀림이 없기에 혼자만 알기에는 너무 욕심이 지나친 것 같아서 낭리담필에 올려 함께 성어 정보를 공유하고 우복선생님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상만지거(相挽之裾) 이 모습은 첩첩산골 이름 없는 종가의 주손으로 두메산골에서 자란 필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할아버지 부모님들이 종가집에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인간적으로 극진히 편안하게 접대하고 손님들이 가실 때는 서로 서운해서 더 유하다 가시라고 옷자락을 붙잡고 권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련히 다가온다

 

그때의 그 모습들을 끄집어내어 닭털 붓을 들고 상만지거를 전서체로 화선지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