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포만지주 逋慢之誅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7. 09:39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포만지주 逋慢之誅

 

달아날 포게으를(거만)갈지벨 주

 

회피하고 게으른데 대한 벌

주로 나이가 들어 퇴직을 바라면서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낮추어서 일처리를 잘하지 못하니 사직을 받아주길 바라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우리 선현들이 사직을 요할 때 즐겨 쓰던 성어이나 용례를 찾으니 조선조 중기 학자이며 문신으로 사후 종묘(宗廟)의 명종(明宗) 묘정과 문묘에 배향 종사되었고 경주의 옥산서원(玉山書院) 등에 제향 되었던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14911553)선생의 문집 회재선생집권지십삼(晦齋先生集卷之十三)에 정사呈辭의 내용 중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어서 발췌하여 옮겨 본다

 

軍威地來到 傷寒病得發

군위지래도 상한병득발

頭目眩痛 心胸煩悶 寒熱交作 食飮不下

두목현통 심흉번민 한열교작 식음불하

累日治療 日向因瘁 在道淹滯

루일치료 일향인췌 재도엄체

久稽趨詣 孤負眷遇之隆

구계추예 고부권우지륭

難逃逋慢之誅

난도포만지주

 

군위(軍威)에 이르렀을 때는 상한바깥 차가운 날씨로 병을 얻게 되어

머리와 눈이 어지럽고 아프며 가슴이 답답하고 오한과 고열이 오르내려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여러 날 치료하지만 날로 병세는 더 나빠져서 길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조정에 나아가지 못함으로 홀로 임금의 사랑과 융숭한 큰 은혜를 저버렸으니

회피하고 게으른 죄에 대한 처벌을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포만지주(逋慢之誅)는 회피하고 도망가고 게으르며 거만함에 대한 벌이라 해석을 하면 직역으로 맞으나 이 말은 예전에 상사나 임금에게 아뢸 때 자신을 낮추어서 이르는 성어로 주로 많이 쓰인다 특히 사임 퇴직을 요할 때 상소문에 많이 등장하는 성어이다

 

직역 그대로 공직에 근무하는 자가 실재로 포만(逋慢)하여 게으르고 거만하다면 정말 곤란할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위 발췌한 일부분의 내용으로만 보아도 아마 회재선생님의 사람 됨됨이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회재선생님의 포만지주 정신을 잠시 빌려 화선지에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