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경개여구 傾蓋如舊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8. 10:08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경개여구 傾蓋如舊

`


기울 경덮을 개같을 여옛 구

 

기울어진 덮개가 오래된 것 같다

잠깐 만났지만 기울어진 덮개처럼 오래 사귄 것 같이 잠시 만났어도 오래만난 것처럼 친함을 이르는 말

 

공자가어(孔子家語) 치사(致思)에 나오는 성어인데 조선중기 우좌의정 중추부영사 등을 역임한 문신인 포저 조익(浦渚 趙翼:1579~1655)선생의 문집 포저선생집권지삼십(浦渚先生集卷之三十)에 참의(參議) 안방준(安邦俊)에 대한 제문 중에 좋은 용례가 있어 일부를 발췌하여 본다

 

相遇懽然 遂如故知

상우환연 수여고지

肝膽相照 竝去毛皮

간담상조 병거모피

傾蓋如舊 昔人所美

경개여구 석인소미

意氣相合 今古一揆

의기상합 금고일규

 

서로 우연히 만나니 기뻐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속에든 것을 꺼내어 서로 비춰 보며 아울러 털 껍데기는 없애버리고

아주 오래된 인연인 것처럼 옛날 옛사람이 아름다운 바와 같이

의기가 서로 투합하여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 가지로 헤아리는 법이다

 

포저 조익선생님이 참의 안방준선생의 대한 제문인 것으로 봐서 포저선생과 안방준선생 두분의 우정은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셨지 않았을까

즉 처음 만났었는데도 그저 같이 있어도 반갑고 떨어져 있어도 보고픈 친구 수 십 여년을 마치 함께 동거 동락한 그런 사람처럼 두 분의 교감은 제문의 내용 일부분을 보아도 아마 정말 대단하셨지 않았을까하고 유추해 본다

 

친구 중에 아는 지인 중에 그런 속내를 털어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벗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인간답게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기록에 의하면 안방준(安邦俊, 1573~1654)선생은 성품이 강개하고 절의를 숭상하며 평생토록 포은 정몽주선생과 중봉 조헌선생을 사모하여 스스로 은봉(隱峰)이라고 호를 지으신 것으로 봤을 때 제문을 쓰신 포저선생님도 대단하신 분임에는 틀림이 없으신 것 같다

기울어지고 삐뚤어져도 가리개로 덮어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그런 친구라면 방금 보고 알았더라도 수십 년 사귄 것 보다 더 값지지 않을까하고 그런 마음을 담아 거친 닭털 붓으로 더 거칠게 표현을 해 본다

거칠어도 아마 그런 친구라면 좋아 할 것이기에 혼자 즐기며 하하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