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림리대필 淋灕大筆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14. 10:12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림리대필 淋灕大筆

 

물뿌릴 림물 이름 리큰 대붓 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큰 글씨

힘차고 통쾌하며 호탕한 문장이나 붓글씨를 의미한다

이 성어는 청렴하고 검소한 청검(淸儉)을 스스로 실천한 청백리로 이름난 조선 후기의 형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인 도곡 이의현(陶谷 李宜顯 1669~1745)선생의 시문집 도곡집(陶谷集) 4권에 기미년(1739, 영조15) 감회를 서술한 술회(述懷)편에 있는 시를 발췌해서 소개해 본다

 

龍仁之李派流洪 壁上餘庥啓後蒙 十四承宗連爀黻

룡인지리파류홍 벽상여휴계후몽 십사승종연혁불

半千綿業訖神崧 煕朝茂族公評在 篤孝眞淸慶報豐

반천면업흘신숭 희조무족공평재 독효진청경보풍

看取瑤珉銘德烈 淋灕大筆仰尤翁

간취요민명덕렬 림리대필앙우옹

 

용인의 이씨는 지파 지손이 여러 갈래라

벽상 공신 남은 음덕 후손들을 열어 주고

열네 대를 이어 연달아 혁혁한 벼슬에 오르니

신숭(고려도읍지)이 다하도록 오백 년 가업 면면히 이어지고

밝은 조정의 왕성한 집안이라는 공론이 있었으며

돈독한 효도와 참된 청렴 경사스런 보답은 풍성했었네

아름다운 비석에 덕업과 공렬을 새긴 것을 보니

물 흐르듯 호탕한 붓놀림의 우옹(송시열)을 우러러 보네

 

위의 시는 도곡선생이 벼슬길에서 물러나 낙향하여 한가하게 지내면서 아버지의 시를 본받아 지었지만 서술이 졸렬하고 난삽하여 부끄럽다며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게 읊은 시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우옹 즉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1607~1689)선생은 조선 효종 때를 대표하는 문인 정치 사상가로 또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정쟁을 휘어잡은 걸출한 정치가로서 지은 비문이니 서설을 붙이지 않아도 짐작이 가고도 남지만 특히 조선 후기는 학문과 문화가 꽃을 피운 시기라서 문장과 글씨가 더욱 유려하고 호탕한 림리대필이 많았을 시대상황이라 도곡선생의 글에서 자아내는 풍취는 곧 우암선생의 문장은 림리대필 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생각해 본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면 자기의 작품이 림리대필의 경지라는 소리를 들으면 입이 함바가지 같이 벌어져 파안대소하듯 필자도 은근히 그런 소릴 기다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