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징심식려 澄心息慮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13. 09:33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징심식려 澄心息慮

   

맑을 징마음심숨쉴 식생각할 려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쉬게 하다

마음을 비우고 쓸데없이 여러 가지 생각을 일으켜 세우지 마라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동의보감에도 나오지만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 간송당 조임도(澗松堂 趙任道1585~1664)선생의 시문집 간송집 별집 권일(澗松集 別集 卷一) 심현록(尋賢錄)에서 일부 구절을 발췌하여 본다

 

高揭篷窓 縱目遐觀 煙消日出 風帖浪靜

고게봉창 종목하관 연소일출 풍첩랑정

遠近雲山 影倒水底 斂襟端坐 澄心息慮

원근운산 영도수저 렴금단좌 징심식려

人寰之相去未遠 而神襟飄灑

인환지상거미원 이신금표쇄

已不復塵臼中想矣

이불부진구중상의

 

봉창(창문)을 높이 걸어놓고 눈길 따라 멀리까지 바라보니

물안개 걷혀지며 해 떠오르고 바람이 잠잠하니 물결도 고요하다

멀고 가까운 구름 두른 산은 물 밑으로 그림자 끌어당기며

옷깃을 거두어 단정히 앉게 하여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멈추게 하네

천자가 관리했던 인간 세상과는 가는 길이 멀지 않으며

정신세계의 옷깃 즉 마음속 생각은 바람에 날리고 씻기고

이미 속세허물들에 치우치는 생각을 다시는 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조임도선생의 일기형태의 글에서 일부분을 발췌한 것인데 선생은 칠곡군 약목 간송마을에서 학문에 정진하며 전원생활을 하다가 1611(광해군 3)에 이황(李滉) 이언적(李彦迪)의 문묘종사(文廟從祀)를 반대하는 정인홍(鄭仁弘)을 규탄하는 상소를 올린 후부터는 함안군 칠원에 은거하면서 병인년(1626, 인조4) 7월에 낙동강 상류의 도동서원(道東書院)과 오산서원(吳山書院)에 한훤당(寒暄堂)선생과 야은(冶隱)선생의 사당과 부지암(不知巖)에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선생이 기거하는 곳에 방문하기위해 친구 한자변(韓子變)과 박일지(朴一之)와 함께 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는 중에 13일자에 적은 기록 중에 일부이다

 

함안에서 배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느낀 글에서도 천지인간 삼라만상이 다 들어가서 하나로 엮어져 내려 오는듯한 유려한 문장 안에 잠시 징심식려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을 쉬고자 하나 간송당선생님의 글이 필자의 마음을 휘잡아서 화선지위에 붓을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