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궐징여시 厥徵如是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20. 09:46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궐징여시 厥徵如是

 

그 궐부를 징같을 여이 시

 

그 부름이 이와 같다

그 징조가 이와 같다라는 의미이다

 

궐징여시 이 성어는 고려 말기 목은 이색의 제자이면서 조선의 설계자였으나 방원(芳遠 뒤의 태종)의 권력찬탈에 안타깝게 희생된 문인 학자인 삼봉 정도전(三峰 鄭道傳 1342~1398)선생의 삼봉집권지륙 경제문감 하(三峯集卷之六 經濟文鑑 下)에 좋은 용례가 있어 발췌해 본다

 

某嘗讀前朝之史曰 모상독전조지사왈

人無功食祿 인무공식록

蟲食松葉 旱蟲爲災 충식송엽 한충위재

前朝之季 松蟲大蕃 旱氣頻年 전조지계 송충대번 한기빈년

蓋府衛員將徒食天祿 개부위원장도식천록

不事其職 厥徵如是 불사기직 궐징여시

 

제가 일찍이 전조 고려의 역사를 읽고 말하기를

사람이 공도 없으면서 녹봉을 먹는 것은

송충이가 솔잎을 먹으면 가뭄에 벌레가 재난이 되듯이

전조 고려 때에 송충이가 크게 번지니 가뭄이 해마다 심하게 일어났다

대개 부위(관리)의 관원과 관장이 나라의 녹봉을 훔쳐 먹으면서

그 직분의 일을 다 하지 않으니 그 부름이 이와 같다

 

관원들이 일을 제대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지 못하면 나라는 서서히 멸망의 길로 나아 갈 수 밖에 없다 신라나 고려나 조선이나 말기에 일어 난 현상들이다

 

이것을 송충이 벌레에 비유한 삼봉선생의 안목은 대단하였음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송충이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예전엔 송충이가 극성을 부릴 때는 온 천하가 징그러운 송충이 무더기로 뒤범벅이 된 송충이 세상 같았다

송충이 수만 마리가 소나무에 달라붙어서 솔잎을 깎아 먹기 시작하면 금새 뚝딱 며칠사이에 온 산에 소나무는 벌거숭이 소나무로 변하는 모습을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수도 없이 보아 온 현상이었으며 송충이 잡는 일이 학교 방과후과제물이었으니 요즈음 그런 숙제나 방학과제로 내어준다면 그 학교장부터 담임선생은 아마 사직서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궐징여시는 비유 비교의 문구로 문장의 말미를 장식하는 수사어로 그 부름 그 징조 그 나타남 등은 이와 같다.”라고 할 때 쓰이는 끝마침 성어를 화선지에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