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옹옹목목 雍雍穆穆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25. 08:57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옹옹목목 雍雍穆穆

 

누그러질 옹온화할 옹화목할 목기뻐할 목

 

온화하고 화목하다

온화하고 위엄 있게 화목한 모양을 의미한다

 

이 성어는 논어 예악 등 많이 쓰였지만 조선시대 좌우의정 중추부영사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성리학의 대가로 예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신 포저 조익(浦渚 趙翼1579~1655)선생의 문집 포저선생집권지삼십삼(浦渚先生集卷之三十三)에 묘지명에서 발췌하여 본다

 

閨門之內 雍雍穆穆 규문지내 옹옹목목

未嘗有一言違戾 미상유일언위려

工於女事 能爲他婦人所不能者多矣 공어녀사 능위타부인소불능자다의

其接人 於親戚於婢僕 기접인 어친척어비복

凡親疏尊卑 一以厚 범친소존비 일이후

無毫髮偸薄意 무호발투박의

 

부녀자가 거처하는 집안에서는 온화하며 화목하고 공경하여

일찍이 한마디도 어기거나 거역하는 일이 있지 않았다

부녀자의 일에 능란해서 다른 부인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잘하는 것이 많았으니

손님을 맞이할 때에는 친척이나 가솔도우미는 물론

먼 친척과 신분에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하나같이 후하게 대해주고

털끝만큼도 인정을 불성실하게 야박케 하는 뜻이 없었다

 

사랑스런 딸이 시집가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 가버리고 25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 저버린 여린 딸을 그리워하며 포저 조익선생이 직접 지은 묘지명이다

어린 딸이 결혼을 하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길 바랐는데 그 딸을 사람됨이 온아하고 간결하고 문사(文思)가 영발(穎發)하여 뭇 선비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인물인 진사 이상주(李相冑)에게 출가를 했는데 사위 상주(相冑)가 병에 걸려 위중한 도중에 모친이 병에 들어서 아픈 몸으로 문병하러 갔다가 그만 몇 달 만에 죽고 또한 10개월전에 이미 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딸과 남편이 모두 죽었는데 안타깝게도 또 딸마저 남편과 딸이 죽은 지 1년여 만에 사랑하는 딸도 죽고 또 그 사위가 죽은 뒤에 태어난 유복자 외손자마저 죽고 말았으니 포저선생의 찢어지는 아픔은 말로 형언키 어려울 것 같다

 

하늘이 내 딸에 대해서 어찌하여 이토록 가혹하게 대한단 말인가 딸의 나이 겨우 25세에 세상은 끝나 버렸으니 글 쓰는 애비라면 딸을 위해 묘지명을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딸의 귀엽고 사랑스럽고 시집가서도 그리그리 오순도순 집안을 화목하게 하던 딸의 옹옹목목하던 모습 온아하고 기뻐하고 화목한 집안의 살림살이가 눈앞에 선연한데 포저선생의 눈물의 묘지명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에는 옹옹목목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을 오롯이 담아서 먹물을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