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단애취벽 丹崖翠壁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28. 09:56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단애취벽 丹崖翠壁

 

붉을 단벼랑 애물총새 취벽 벽

 

붉은 낭떠러지와 푸른 절벽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붉고 푸른 기운이 감도는 기암절벽 즉 규모가 크고 사치스럽고 웅장한 모습을 의미한다

 

이 성어는 승정원일기 583책 영조1(1725) 13일 임인일 기사로 자신의 스승인 정호(鄭澔)가 윤선거(尹宣擧)를 추형(追刑)하고 무덤을 헐자고 주장하지 않았음을 진달하는 이제담(李齊聃)등의 상소문에서 발췌하여 본다

 

設令制度之宏侈 一如其言 설령제도지굉치 일여기언

旣是士子之所自爲 則初無與於臣師 기시사자지소자위 칙초무여어신사

而況其湫隘朴陋 僅可容膝 이황기추애박루 근가용슬

則有目皆見 其誰欺乎 칙유목개견 기수기호

今此構捏之言 有若壯其結構 侈其制度 금차구날지언 유약장기결구 치기제도

模倣院宇 以儗日後者然 모방원우 이의일후자연

眞所謂丹崖翠壁 亦入於彈文中者也 진소위단애취벽 역입어탄문중자야

 

설령 그가 말한 것과 같이 제도가 크고 사치스럽다 하더라도

이미 이것은 선비들이 스스로 한 바이지 처음부터 신의 스승은 함께하지 않았다

하물며 그곳은 비좁고 누추하여 무릎이나 겨우 펼 정도인데

눈이 있다면 모두 볼 수 있는데 그 누가 속이겠습니까

이제 얽고 날조한 이 말은 웅장하게 기둥을 구성하고 제도가 사치스럽게 지은 것같이

고려중기의 서원을 본떠 후일을 그리는 것처럼 의심하였다

생긴 그대로 단애취벽(丹崖翠壁)이라 일컫는 말이 탄핵하는 글 속에 들어간 것이다

 

또한 우리의 한글문학에서 조선조의 문신이자 국문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고산 윤선도(1587-1671)선생의 어부사시사중에 동사 7의 단가 한수를 발췌하여 본다

 

丹崖翠壁(단애취벽)畵屛(화병)갓치 둘너난듸 배 셰여라 배 셰여라

巨口細鱗(거구셰린)을 낫그나 못 낫그나 (지국총) (지국총) 於思臥(어사와)

아희야 孤舟蓑笠(고주사랍)()겨워 안잣노라

 

이것을 쉽게 풀이하면

붉은 낭떠러지 푸른 절벽이 그림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입이 크고 비늘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찌그덕 찌그덕 어여차

아희야 孤舟에 도롱이와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앉았노라

우리의 선현들은 단애취벽 이 성어를 즐겨 쓰신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주위의 산천이 단애취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필자도 그 흥취에 취해 붓을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