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념담간결 恬淡簡潔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27. 09:33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념담간결 恬淡簡潔

 

편안할 념묽을 담대쪽 간깨끗할 결

 

편안하고 고요하며 간결하고 깨끗하다

욕심이 없고 담백하고 간단하고 깨끗하다라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조선시대 우의정 좌의정 중추부영사 등을 역임한 문신이고 성리학의 대가로 예학에 밝으셨던 포저 조익(浦渚 趙翼1579~1655)선생의 문집 포저선생집권지삼십삼(浦渚先生集卷之三十三)에 선비(先妣) 숙인(淑人)의 묘지문(墓誌文)에서 발췌하여 본다

 

先妣秉心正直 少無回曲之念 선비병심정직 소무회곡지념

恬淡簡潔 於物無所愛惜 념담간결 어물무소애석

不喜爲俚俗戲慢之語 幼聰悟出人 불희위리속희만지어 유총오출인

性行端淑 異於凡兒 성행단숙 이어범아

年七歲 通諺書 년칠세 통언서

學針線女事皆能之 학침선녀사개능지

 

돌아가신 어머니는 가지신 마음이 정직하여 조금도 삐뚤어진 생각이 없었고

편안하고 고요하며 간결하여 외물에 대해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바가 없었다

속되게 희롱하는 혐오스런 말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어려서부터 총명함이 띄어났고

성품과 행실이 단정하여 보통 어린아이들과는 달랐다

나이 7세에 한글을 통하였으며

바느질 등 부녀자가 해야 하는 일을 배워 모두 솜씨가 능란하였다

 

편안하고 고요하며 간결하게 깨끗하다는 념담간결 이 성어는 우리의 선현들이 즐겨 쓰셨던 성어인 것 같다

특히 포저 조익선생의 묘지명을 읽으면 념담간결한 성품을 지니신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 불효자인 필자의 가슴을 조여들게 하여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벼슬아치의 부인이었지만 가난을 업으로 삼고 가난을 핑계 삼지 않는 부인네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없겠지만 포저선생의 어머니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일생을 사셨다는 것은 대단한 경지의 성품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대개 벼슬을 하면 궁핍에서는 벗어나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포저선생의 묘지문을 읽어보니 청렴한 벼슬아치들의 가정은 별반 일반인들이나 그리 다를 게 없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가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념담간결한 성품으로 사신다는 것은 그것은 성인의 경지에 오르시지 않으면 참으로 어려운 일을 실행하신 포저선생의 어머니께 고개숙여 경의를 표하며 조용히 붓을 들어 휘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