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중심장지 中心藏之

백운선사 김대현 2020. 4. 23. 08:53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중심장지 中心藏之

 

가운데 중마음 심감출 장갈 지

 

가운데에 이것을 감추다

마음속에 이것을 간직하다 라는 의미이다

 

조선전기의 문신 학자 서거정 등이 왕명으로 우리나라 역대 시문을 모아 1478년에 편찬한 시문선집 동문선권지칠십 기(東文選卷之七十 記)에 가정 이곡(稼亭李穀1298~1351)선생의 경사 곡적산 영암사 석탑 기(京師穀積山靈巖寺石塔記)중에 일부를 발췌하여 본다 `

 

已而曰 이이왈

舍利隱見無常 사리은견무상

隨人勤怠 今吾老矣 수인근태 금오로의

不藏於名山福地 後之人敬信者 불장어명산복지 후지인경신자

或不如我 則豈爲吾家有 혹불여아 칙기위오가유

乃募工作石龕 如浮屠法 中心藏之 내모공작석감 여부도법 중심장지

外八其面 刻諸佛像 외팔기면 각제불상

請予文其事 仍刻之 청여문기사 잉각지

 

박군이 그 후에 말하기를

사리를 숨겨놓았다가 꺼내었다가 늘 눈에 보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부지런하고 게으르냐에 따르나니 이제 나는 늙었도다라고 말하면서

이름난 산에 터 좋은 곳에 감추지 않는 것은 뒤에 사람이 공경하고 믿는 것이

혹 나와 같지 못하다면 어찌 나의 집에 소유가 될 수 있겠는가

마침내 석공장인을 불러서 감실을 부도의 법과 같이 만들어서 가운데에 이것을 감추고

바깥으로는 그 면을 팔각으로 하여서 면마다 여러 불상을 새기기를 원하면서

나에게 그 일을 글로 써줄 것을 청하며 거듬 그것을 새기려 한다라고 하였다

 

이 성어는 고려 때 박군이라는 사람이 왕실의 내시로서 일한지가 오래되자 임금께 입은 은택을 보답하기위해 생각하다가 부처의 사리를 얻어서 정성스럽게 공양하면 한없이 복 받는다는 것을 듣고 사리 몇 알을 구해 얻어서 여러 해 혼자 감춰두고 수시로 꺼내보고 기도 공양하던 사리를 늙어서 장차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던 중에 부도 탑을 만들어서 보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복을 나눌 수 있다는 마음에 가정 이곡 선생께 글을 부탁하여 가정선생이 써준 문장 중에 성어이다

부도 탑 속에 사리를 중심장지하여 많은 사람들이 복을 함께 공유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박군 어르신의 고귀한 생각에 감흥하며 붓을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