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치빙사렵 馳騁射獵

백운선사 김대현 2020. 5. 9. 11:38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치빙사렵 馳騁射獵

 

달릴 치달릴 빙궁술 사사냥 렵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사냥하며 활을 쏘다

부산하게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활을 쏘며 사냥하는 활달한 기마민족의 모습을 의미한다

 

이 성어는 조선왕조실록 정종실록 2권에 정종 1108甲辰(1399) 첨서중추원사권근상서 진시정륙사(簽書中樞院事權近上書 陳時政六事) 즉 첨서중추원사 양촌 권근(陽村 權近 13521409)선생이 상서(上書)하여 시정(時政) 여섯 가지 일을 말한 상서문에서 발췌하여 본다

 

蓋當馳騁射獵之際 개당치빙사렵지제

殿下之心 必以爲樂 전하지심 필이위악

樂心一萌 卽是般遊無度之漸 악심일맹 즉시반유무도지점

故天現異 以彰譴告 고천현이 이창견고

欲消其變 亦在殿下一心之誠 욕소기변 역재전하일심지성

 

대개 말 타고 활 쏘며 사냥 할 때 즈음에 당하여

전하의 마음은 반드시 즐겁게 된다

즐거운 마음이 한 번 싹트면 곧 노는 데 빠져 점점 절도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하늘이 이변 번개 천둥벼락 등을 나타내어 훈계하고 꾸짖음을 드러낸다

그 변괴 함을 없애려한다면 또한 역시 전하의 한 마음의 참됨에 있다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사냥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기질성을 잘 표현한 치빙사렵(馳騁射獵) 이 성어는 기마민족인 우리의 조상들이 드넓은 광야를 종횡무진 활달하고 용감무쌍하게 누비고 달리면서 사냥감을 노리며 사냥하는 모습은 옛 고구려의 무덤 벽화에 그 모습이 생생히 뚜렷하게 담겨져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민족은 활동적이면서 부지런하고 사냥하길 좋아하고 머리가 명석한 반면에 노는 것에 푹 빠져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리는 반유(般遊)에도 곧잘 물드는 민족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본다

조선조에 정종실록에도 위와 같이 언급하였듯이 말을 타고 종횡무진 활을 쏘며 사냥하는 즐거움 치빙사렵에 푹 빠지면 임금인들 어이 정사를 볼 생각이 앞서겠는가

사냥에 푹 빠지다 보니 기후가 이변이 생겨 천둥벼락치고 비가 쏟아져도 그칠 줄 모르고 사냥에 여념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여기 실록에서는 그 천재지변을 마치 임금이 반유에 빠져 절도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경고훈계로 천변을 예를 들어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과연 사냥놀이에 심취해 정사를 돌볼 일을 잊어버린 임금에게 뉘가 나셔서 훈계경고를 하겠는가 하늘이니 가능하겠지 그런데 여기서 임금은 그 하늘마저도 임금님의 마음 안에 있다라고 정의를 내려 주니 임금은 만물의 임금이라 하늘도 결국은 임금을 따라야 하며 그래야 세상이 편안하므로 옛 사람들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심신을 달래며 가라앉은 심신들을 적당히 흥을 부추겨서 선조들이 즐겼던 치빙사렵을 마음속에서라도 즐겨보는 주말 아침에 창가엔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반가운 빗방울 소리에 장단 맞춰 얼씨구 붓을 들고 먹물 묻혀서 화선지 위를 종횡무진 치빙사렵을 붓 대롱 끝 봉침에 잡아 남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