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구아탈연 舊痾脫然

백운선사 김대현 2020. 5. 20. 09:22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구아탈연 舊痾脫然

 

  

오랠 구오랜 병 아벗을 탈그러할 연

오랫동안 앓고 있는 병을 벗어나다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지병이나 난제들을 해결하고 벗어나다라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조선시대 강원도관찰사 형조참판 대사헌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한강 정구(寒岡 鄭逑1543~1620)선생의 시문집 한강선생문집권지삼 서(寒岡先生文集卷之三 書)에 박덕응에게 답함(答朴德凝)편지에서 발췌하여 본다

 

卽拜書以附 즉배서이부

方怪久而未復有聞 방괴구이미부유문

玆者 忽憑盛伻 得奉手簡 자자 홀빙성팽 득봉수간

撫摩翫復 傾倒如何 무마완부 경도여하

神相德義 舊痾脫然 신상덕의 구아탈연

新年道味 益覺淸安 신년도미 익각청안

其爲欣慰 又不可言 기위흔위 우불가언

 

즉시 감사하게도 편지를 써서 부칩니다

바야흐로 꽤 오래되었는데도 들리는 소식이 있지를 않아서 기이하게 여겼는데

이에 갑자기 뜻밖에 귀신에게 홀린 듯 인편을 통해 보낸 편지를 받았습니다

기쁨에 다시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온 마음이 쏟아짐을 어찌하겠습니까

하나님의 덕과 믿음으로 도움이 있어 오래된 지병이 깨끗하게 나았고

새해에 도를 알아가는 맛을 맑고 더욱 편안하게 깨달으며

기뻐하며 위로하여 주심에 또 가히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구아탈연(舊痾脫然) 이 성어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한강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우연히 오랜 지병을 앓다가 초연하게 털고 일어섰다는 글을 보고 이 단어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서 발췌하여 가져 온 것이다

오랜 지병을 앓거나 오래도록 앓던 치아가 빠져나가거나 하던 공부의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다가 어느 날 아하! 하고 깨달음을 얻거나 꼬이던 사업들이 한순간에 술술 풀린다면 그것은 곧 구아탈연(舊痾脫然)의 기쁨을 맞이하는 일이 될 것일 게다

한강 정구(寒岡 鄭逑1543-1620)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성리학자 의학자 철학자 서예가이시며 또 임진왜란 때는 의병장으로 활동을 하였고 선조16(1583)에 회연서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하였으며 돌아가신 후에 선생을 배향한 성주의 회연서원(檜淵書院) 성주의 천곡서원(川谷書院) 평북 성천의 학령서원(學翎書院) 강원도 통천의 경덕사(景德祠) 대구 현풍의 도동서원(道東書院) 충북 충주의 운곡서원(雲谷書院) 전남 화순의 도원서원 경북 칠곡의 사양서원(泗陽書院) 경남 창녕의 관산서원(冠山書院)등에 제향되셨으니 한강선생님의 학문과 성품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셨던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일대기를 살펴보면 벼슬관직을 제수 받고도 사양하는 것이 수없이 많았으며 또 마지못해 백성으로서 신하로서 임금의 완강함에는 어쩔 수 없이 제수 받고 관직에 머무를 때는 관의 관리로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공정하게 관리하였다는 귀감의 행장은 오늘 날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일이며 또 탐관하지 않고 오로지 청렴함을 상선으로 삶고 일생을 사셨던 한강선생의 인생관을 되새겨보며 오래 된 나쁜 적폐들과 그릇 된 관행들 모두를 싹 날려버리고 털어 버려서 깨끗하게 청산하는 구아탈연(舊痾脫然)의 시간이 오길 바라면서 붓 들고 먹물을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