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주라단련 周羅鍛鍊

백운선사 김대현 2020. 5. 18. 10:34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주라단련 周羅鍛鍊



골고루 주깁을 라쇠 불릴 단불릴 련

 

골고루 깁고 무쇠를 불리다

오밀조밀하게 골고루 얽고 쇠를 달구고 불리어서 단단하게 하는 것처럼 단단하게 엮어 꾸미다라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조선중기 문신이었던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56~1618)선생의 시문집 백사선생집권지육(白沙先生集卷之六)에 임자년 8월에 서북방의 수령(守令)을 의천(擬薦)하라는데 대하여 사양하는 차자(壬子八月辭西北方守令擬薦箚)라는 간단한 서식의 상소문에서 발췌하여 본다

 

是猶針砭士夫之病痛 시유침폄사부지병통

理當猛省改圖 리당맹성개도

終則曰無事 종칙왈무사

而開府多聚武士 薦用市恩 이개부다취무사 천용시은

又曰 兵權太重 流言至此 우왈 병권태중 류언지차

則去逆賊 只隔一重翳膜 칙거역적 지격일중예막

周羅鍛鍊 搏致大辟 주라단련 박치대벽

僅僅跬步間耳 근근규보간이

聖上不察其形 願察其影 성상불찰기형 원찰기영

 

이는 오히려 사부가 탈이 생기는 원인을 알아내어 잘못을 지적하여 고치는 것으로

사리상 당연하며 맹렬하게 반성하여 꾀하는 계획을 바꾸어야 할 일이다

끝내 종국에 말하기를 아무 일도 없는데

부서를 열고 무사들을 많이 모아 추천하여 임용하는 것으로 은혜를 주어야 한다

또 말하기를 병권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니 유언비어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역적으로 거하거나 다만 한 겹의 얇은 막만의 사이로 떨어져 있으니

골고루 오밀조밀하게 엮고 교묘하게 단단하게 얽매어 큰 죄로 크게 만드니

겨우 반걸음 사이의 거리 일 뿐이다

성상께서는 그 형체를 살피지 마시고 원컨대 그 그림자를 살피시길 바랍니다

 

주라단련(周羅鍛鍊) 이 성어는 우연히 백사선생님의 문집에서 찾았는데 그 뜻이 새겨 둘만한 말이라서 성어로 발췌하여 소개하는 것이다

골고루 깁고 꿰매고 무쇠를 불리어 엮어 단련하다라는 뜻인데 이것은 빽빽하게 골고루 얽매어서 깁고 쇠 물처럼 달구고 불리어 두드러서 더 단단하게 하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멋진 말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위의 용례는 죄가 없는 사람에게 올가미를 씌워 빠져 나올 수 없는 주라단련의 상태로 만들어 놓은 문장을 문장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보지 말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 같다

예전에만 세상이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 날에도 이런 나쁜 의도를 가지고 죄 없는 사람을 엮어 버리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20200516일자 서울 아시아뉴스통신 전우용기자의 한만호 비망록 공개 "한명숙 뇌물 안받아...나는 검찰의 ''" 파문이란 기사를 읽어보면 가장 공정해야 할 검찰이 백주대낮 민주사회에 이렇게 꽁꽁 얽어매어 주라단련해 버린 어이없는 세상에 오늘 날 우리는 살고 있나 싶을 지경이다

주라단련 꽁꽁 얽어매어 더욱 단단하게 엮어 버린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을 이것을 좋은 용도로 사용한다면 예를 들어 학습에 임할 때 하고자 하는 공부에 연관된 모든 것을 얽어매듯 파헤쳐서 공부를 한다면 그 분야에 명석한 위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붓을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