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민이물칙 民彝物則

백운선사 김대현 2020. 6. 3. 11:00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민이물칙 民彝物則

백성 민떳떳할 이만물 물법칙 칙

 

사람의 도리와 사물의 법칙

사람이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와 사물(事物)의 법칙 즉 하늘이 태초에 내려준 하늘의 법칙을 말한다

 

이 성어는 고려 말 문장도학(文章道學)에 있어서 당대(當代)의 거벽(巨擘)인 문충공(文忠公) 도은 이숭인(陶隱 李崇仁1347~1392)선생의 시문집 도은집권오문(陶隱集卷五文)에 명극의 권후에 제하다(題明極卷後)편에서 발췌하여 본다

 

由吾之說而推極之 유오지설이추극지

則民彝物則 煥然昭著 칙민이물칙 환연소저

其效至有 기효지유

光被四表 格于上下者矣 광피사표 격우상하자의

師於所謂明極 將何如也 사어소위명극 장하여야

無亦有一段靈怪炫燿人天 무역유일단령괴현요인천

而吾之昏未足以知之乎 이오지혼미족이지지호

師歸問幻菴翁而有得焉 사귀문환암옹이유득언

幸有以開發吾也 행유이개발오야

 

나의 이야기에 따라서 그것을 끝까지 미루어 생각해보면

사람의 도리와 만물의 법칙 즉 하늘의 법칙이 환하게 밝혀져 드러나니

그 공효가 두루 미침에 있어서

광명이 온 사방에 입히고 하늘과 땅 위아래 모두에 이르나니

스님은 명극을 일컬어서 말한 바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일단 신령스럽고 괴이한 것이 사람과 하늘을 현란하게 비추는 일이 또 있어서

내가 어두워 족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스님이 돌아가 환암옹에게 물어서 얻은 것이 있으면

부디 나의 혼미함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

 

시경(詩經)의 대아(大雅) 증민(烝民)에 천생증민 유물유칙 민지병이 호시의덕(天生烝民 有物有則 民之秉彛 好是懿德)이라 해석하면 하늘이 사람을 이 세상에 내실 때 하늘의 법칙이 있어 누구나 모든 만물이 그 속에 있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리를 가지게 되어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이 민이물칙(民彝物則) 성어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민이물칙(民彝物則)의 유래도 좋지만 도은 이숭인선생님의 말씀도 너무 좋은 말씀이시다

하늘이 내린 원래의 도리 인간이 지극히 인간으로서 가진 합당한 도리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곧 만물의 법칙과 합일이 될 때 이 세상은 환히 밝아지지 않겠는가

우리가 우리의 뿌리를 망각하고 물질만능만을 추구하다보면 인간의 기본적 도리를 슬그머니 벗어나고 그 벗어난 것을 슬그머니 합당화 시키다보면 종국에는 뒤죽박죽 민이물칙(民彝物則) 하늘의 도리는 어디로 가고 없고 얼빠진 인간의 집단이 될까봐 걱정하는 일이 어찌 오늘뿐이랴

정화수 올려놓고 삼신할매께 태아 점지를 간곡히 바라고 육아에서 보살핌을 지극정성으로 기원하고 삼성신이 남겨준 단동십훈을 일깨우며 훈육하고 빌었던 순순한 부모의 마음이 곧 민이물칙(民彝物則)이 아니겠는가

붓을 높이 들어 하얀 화선지에 까만 먹물 한 점 똑똑 떨어지니

민이물칙(民彝物則)이 창문을 두드리는 듯 햇살이 방긋 웃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