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환니가고 丸泥可固

백운선사 김대현 2020. 6. 10. 17:32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환니가고 丸泥可固

알 환진흙 니옳을 가굳을 고

 

한 덩어리의 진흙으로도 막을 수 있다

하나의 진흙 덩어리 소수의 군사를 가지고도 막을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신라 후기의 학자인 고운 최치원선생의 시문집 계원필경집권지십륙(桂苑筆耕集卷之十六)에 도통순관시어사내공봉최치원찬(都統巡官侍御史內供奉崔致遠撰) 기 이수(記 二首) 서주 나성도기(西州羅城圖記)편에서 발췌하다

 

危堞則憑巒助峻 위첩칙빙만조준

長溝則噵澗資深 장구칙도간자심

宛成善閉之機 實扼間行之徑 완성선폐지기 실액간행지경

丸泥可固 환니가고

斷知無得而踰 爟火罷驚 단지무득이유 관화파경

坐見不爭而勝 좌견불쟁이승

仍尋水道 別建河營 잉심수도 별건하영

大渡河側 置防河營 대도하측 치방하영

 

위험스런 성벽은 산꼭대기에 기대어 높이 솟았고

긴 봇도랑은 개울물 끌어 당겨 깊게 파서 만들었다

잘 만든 성곽은 기틀을 닫는 일이 많고 실제 드나드는 샛길을 막았고

한 덩어리의 진흙을 가지고도 막을 수 있으니

단연 성벽을 넘어와서 덕 볼 일 없다는 것을 알며 봉화 불 관화에 놀랄 일 없게 됐네

싸우지 아니하고 이기는 것을 앉아서 보네

이와 함께 물길을 찾아서 별도로 하영 물도랑을 건설하고

큰 강 대도하 곁에 방하영 큰 물도랑 둑을 설치하다

 

환니가고(丸泥可固) 비록 쓸모없는 하찮은 진흙 소수 군사일지라도 그 보잘 것 없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의 성어 하나의 진흙 덩어리 즉 소수의 군사를 가지고도 막을 수 있다 라는 꿈과 긍정을 심어주는 희망적인 성어를 우리의 선현 고운선생이 남긴 문집에서 찾아내어 소개 한다

환니(丸泥) 진흙덩어리에 대한 유래용례들을 찾아보니 후한기(後漢記)에 왈 외효장왕원위효왈 청이일환니 위대왕동봉함곡관(曰 隗囂將王元謂囂曰 請以一丸泥 爲大王東封函穀關) 후한말기 외효의 장수 왕원이 하나의 진흙덩어리를 가지고 가서 대왕을 위해 동쪽에 함곡관을 봉해 버리겠다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줌의 흙이지만 고운선생이 남긴 글 성벽을 쌓듯이 어떻게 어떤 용도로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망각하고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흙을 찍어 말리면 흙벽돌이요 이것을 가지고 높은 성벽을 쌓으면 무서운 적도 막을 수 있으니 환니가고의 고사성어가 되고 진흙을 짓이겨 구우면 기와 벽돌로 가장 잘 지운 건물 기와지붕 벽돌건물이 되며 흙을 곱게 빚어 구우면 이 세상을 경탄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릇 도자기가 탄생하여 만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록 진흙일지라도 단단하게 벽돌로 만들어 높고 위엄스런 성벽을 쌓고 적을 물리칠 수 있으니 어찌 환니가고(丸泥可固)가 아름다운 좋은 말 성어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뉴월 햇살에 더욱 하얗게 빛을 발하는 순지에 감히 먹을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