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동학청유 洞壑淸幽

백운선사 김대현 2020. 6. 6. 11:12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의 囊裏談筆]

동학청유 洞壑淸幽


골 동洞 골 학壑 맑을 청淸 그윽할 유幽

깊은 골짜기는 깨끗하고 그윽하다
학문이 깊으면 성품도 온유하고 그윽하다 라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관동별곡(關東別曲)의 저자이고 고려 후기 명현이며 문장가인 근재 안축(謹齋 安軸1282~1348)선생의 시문집인 근재집 권일 시(謹齋集 卷一 詩)에 삼일포시 병서 〔三日浦詩 幷序〕편에서 발췌하여 본다

浦在高城北七八里 포재고성북칠팔리
外有重峯疊嶂合抱 외유중봉첩장합포
而內有三十六峯周列 이내유삼십륙봉주렬
洞壑淸幽 동학청유
松石奇古 송석기고
中有小島 중유소도
蒼石盤陀 창석반타
昔四仙遊此而三日不還 석사선유차이삼일불환
故得是名 고득시명

삼일포는 고성의 북쪽 칠 팔리 거리에 있으며
밖은 겹겹의 봉우리와 가파른 산이 둘러싸여 있고
안은 서른여섯개의 봉우리가 빙 둘러 줄지어 있다
깊고 깊은 골짜기는 깨끗하고 그윽하며
소나무와 바위는 기이하고 예스러워
물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은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푸른 바위에
옛날에 네 신선이 이곳에서 놀다가 삼 일 동안 돌아가지 않았기에
고로 이 이름 삼일포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성어를 발췌한 근재집의 저자인 문정(文貞)公 근재 안축(謹齋 安軸 1287-1348)선생은 고려후기의 인물로 문과(文科)에 급제하고 벼슬길 사관생활을 하다가 1324년(충숙왕 11)에 원나라에 가서 제과(制科)에 급제하여 요양로개주판관(遼陽路蓋州判官)에 임명되었으나 나가지는 않고 다시 돌아와서 벼슬길에서 강릉도안렴사(江陵道按廉使)로 재직 무렵 관동와주(關東瓦注)를 지었으며 그 후로도 벼슬길에서 내시와의 갈등으로 파면과 재임용의 길을 거치다가 정치도감판사(整治都監判事)로 양전(量田)에 관여하기도하고 뒤에 충렬 충선 충숙 3왕조의 실록(實錄) 편찬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경기체가인 관동별곡(關東別曲) 죽계별곡(竹溪別曲)등 많은 저술을 남겨 문명(文名)을 높이 드날리신 문인이시다
동학청유(洞壑淸幽) 깊고 깊은 골짜기는 깨끗하고 그윽한 것처럼 인생사도 맑고 사심 갖지 아니하고 살아가면 풋풋한 사람 냄새가 절로 나니 그 향내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그의 인품과 그에게서 풍겨나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그윽한 청유(淸幽)의 배움을 청하려 스스로 모여 드는 존경 받는 인물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존경받는 인물을 부러워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자신에게 좋은 지식과 지혜를 뇌와 가슴에 동학처럼 첩첩이 사랑하며 애지중지 보다듬고 쌓다보면 우리의 인생도 동학청유(洞壑淸幽)의 경지에 달하리라 믿으며 먹 향에 그윽이 취해 붓 들고 놀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