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유란재곡 幽蘭在谷

백운선사 김대현 2020. 6. 16. 09:00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白雲囊裏談筆]

 

유란재곡 幽蘭在谷

그윽할 유난초 란있을 재골 곡

 

그윽한 난초는 산골에 있다

그윽한 난초가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성현군자도 세상에 있다라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성어는 조선시대 편찬미상의 작가가 조선 건국 초부터 인조 대까지 약 250년 동안의 조선시대 야사(野史)를 모은 대동야승(大東野乘)에 기축록속(미상) 己丑錄續(未詳)에 그해 115일 회계(戊午年十一月初五日回啓) 때 판서 목내선 참판 윤심 참의 목창명(時判書睦來善參判尹深參議睦昌明)편에서 발췌하다

 

粤我宣廟 右文興治 월아선묘 우문흥치

得人爲盛 多士猗猗 득인위성 다사의의

惟靈拔萃 生彼南紀 유령발췌 생피남기

稟質純粹 才智超異 품질순수 재지초이

潛心義理 能自得師 잠심의리 능자득사

孜孜講究 古人是希 자자강구 고인시희

見識旣透 踐履亦篤 견식기투 천리역독

樂彼邱園 永矢不告 악피구원 영시불고

幽蘭在谷 美玉韞櫝 유란재곡 미옥온독

禮行鄕飮 牧守聳服 례행향음 목수용복

 

이에 우리 선조께서 글을 숭상하고 다스림을 이루니

인재를 얻음이 매우 성하였고 여러 선비들 번창하네

오직 영특하여 우뚝 솟아나니 저 남쪽 동아줄에서 태어나도

타고난 자질이 순수하고 재주와 지혜 남다르게 뛰어나니

의리를 마음에 담아두어 능히 스스로 스승을 구하여서

부지런히 힘써 강구하고 옛 사람이 되길 바랐으니

식견이 이미 투철하고 실천하여 가는 것이 역시 돈독하니

저 언덕위의 정원이 즐겁도다 영원히 남에게 말하지 않기로 맹세하며

그윽한 난초는 산속에 있으니 아름다운 옥구슬 함속에 감추고

예를 따라 향음주례 행하니 고을 원님이 두려워하며 감복했네

 

위의 글은 조선전기 문신 학자이며 선악이 모두 하늘의 이치라는 선악개천리설을 주장한 호남의 대학자인 곤재 정개청(困齋 鄭介淸1529~1590)선생에 대한 동인 서인 남인간의 당쟁중심에서 곤재 정개청선생의 신원과 그를 제향하는 서원의 치폐를 거듭하던 때의 작가미상이 남긴 글에서 글의 서두에 정개청의 학술과 품행은 세상에서 추앙을 받았지만 두 번이나 날조되고 무고로 참화를 입었다가 다행히 원통함을 푼 뒤에 사당을 다시 짓고 유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곳으로 삼았다면 마땅히 편액을 내려주길 원하는 곤재선생의 제자와 유생들의 상소문에 왕은 사액을 내렸으며 위의 글은 정창도(丁昌燾 1623~1687)가 지은 자산서원(紫山書院) 사액제문 중에 일부분이다

 

성어에 대한 풀이와 거기에 부수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유래와 용례를 중국의 고서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현들이 남긴 시문집에서 찾아 좋은 문장이나 혹은 용례에 사용된 적절한 문장을 곁들어서 소개를 하다 보니 그 성어와 연관된 인물도 간략하게 소개하게 되면서 아쉬움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같은 지역에 살지 않으면 지역에서 유명했던 성현들을 누구나 본받아도 마땅한 인물임에도 자주 듣거나 접하지 못하면 잊혀져버리고 또 특별히 우리 성현들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생소한 인물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란재곡 깊은 산속에 그윽한 난초는 바로 성현군자일 것이다 성현군자는 필히 깊은 산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과 함께 있는데 다만 그윽한 향기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지 못해서 산속으로 찾으러 가려하지만 비록 산속에 가지 않아도 곤재선생님 같으신 성현군자는 늘 우리들 곁에 우리들 역사에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다짐하며 화선지에 담아 본다

 

 

환기 9217년 윤425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