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특분홍필 特賁鴻筆

백운선사 김대현 2020. 7. 2. 09:27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특분홍필 特賁鴻筆

수컷 특클 분큰 기러기 홍붓 필

 

특별히 웅대하게 대문장으로 빛나게 하다

 

이 성어는 청렴하고 검소한 청검(淸儉)을 스스로 실천하신 조선 후기의 문신이며 청백리인 도곡 이의현(陶谷 李宜顯1669~1745)선생의 시문집 도곡집 권이십(陶谷集 卷二十)에 승정원 도승지 이공 묘표(承政院都承旨李公墓表)에서 발췌하다

 

余旣老且病 여기로차병

昏昏涔涔 唯薦席是伴 혼혼잠잠 유천석시반

以文字事爲言者 一例麾斥 이문자사위언자 일례휘척

一日士人李璟委訪我 일일사인리경위방아

整容而言曰 정용이언왈

竊聞執事學古文 절문집사학고문

多銘賢公卿大夫 다명현공경대부

吾祖蓋嘗出入中外 오조개상출입중외

與公先相國托契最厚 여공선상국탁계최후

倘蒙垂念舊誼 당몽수념구의

特賁鴻筆 특분홍필

俾無憾乎幽明 비무감호유명

實劣孫之所耿耿也敢以請 실렬손지소경경야감이청

 

나는 이미 늙고 또 병까지 겹쳐

혼미한 정신으로 거적때기만 짝하며 방에서만 지내는데

글 문장을 지어달라고 말을 하는 자가 있으면 한 결 같이 거절하였다

하루는 선비 이경이 나를 찾아와 바라며

정중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말하기를

몰래 듣기로 집사께서는 고문을 익히셔서

훌륭한 공경대부의 묘갈명을 많이 지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일찍이 두루 안팎을 출입하시었을 때

공의 선친 상국공과 밀고 맺은 교분이 매우 두터웠으니

만일 옛날 선대의 정의를 생각하여 받아주시어

특별히 훌륭한 문장을 발휘하여 글을 지어주셔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살아있는 후손들 간에 유감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실로 못난 자손들 마음에 늘 빛나고 간직한 것을 감히 요청합니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묘표의 주인공은 세종대왕의 자녀 안평대군의 후손들 이야기지만 왕족으로서 그리고 선비로서 또 관리로서의 역할을 다한 훌륭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필자는 성어문집 낭리담필을 집필하면서 용례를 발췌하여 소개 할 때 훈훈한 이야기라면 마음이 흐뭇하지만 안쓰럽고 애처롭거나 하면 마음이 아프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임에도 정신 못 차리고 우왕좌왕하는 기사들을 읽으면 속이 불편하고 매스꺼움을 느끼면서 열이 끓어오르는 것은 모두 우리의 선현들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훌륭한 조상님의 자녀로 태어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며 최고의 행운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한 조상님들이 남긴 행장들에 누가 되지 않게 자신을 더욱 갈고 닦아서 자신을 은은히 빛내는 것은 곧 조상의 은덕을 묵묵히 효도로 갚아 가는 것이며 그 갚음이 끝이 없겠지만 자손된 도리를 다 한다면 그 집안은 모두 어느 가정 어느 집이든 다 훌륭한 집안이며 훌륭한 조상이 되고 또 그 자손들은 그것을 본받아 자신이 한 것처럼 자손들도 그것을 스스로 계승해 나갈 것이리라 믿는다

 

조상님들의 훌륭한 행장이야기를 문필가에게 특별히 웅장하고 화려하게 성대한 문장인 특분홍필(特賁鴻筆)로 써 돌라고 부탁하는 것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자손으로서 마땅한 처사라 믿으며 만약 필자에게도 그런 훌륭한 고의 자녀분이 찾아와 묘갈명을 부탁한다면 공손히 고인에게 재배하며 사양하지 아니하고 정성을 다해 없는 실력을 다 동원해 특분홍필(特賁鴻筆)의 문장을 쓰고 싶어지는 욕심이 앞서는 아침에 장마철 서늘한 비바람이 화선지 펼쳐 놓고 먹물을 가는 손등 위로 스쳐지나간다

 

桓紀 9217512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