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인순고식 因循姑息

백운선사 김대현 2020. 6. 29. 10:49

白雲仙士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인순고식 因循姑息

인할 인좇을 순잠시 고쉴 식

 

하던 대로 따라하고 잠시 편안하게 쉬다

 

이 성어는 조선의 부흥을 꾀한 대표적인 실학자로서 실사구시를 주창하며 또한 호방하고 통렬한 풍자와 해학의 문장으로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선생의 시문집 연암집(燕巖集) 3권 공작관문고(孔雀館文稿)에 순찰사에게 올림(上巡使)편에서 발췌하다

 

如今暑熱所病 瘧痢也 關格也 여금서열소병 학리야 관격야

或源於風寒暑濕 或祟於虛勞內傷 혹원어풍한서습 혹수어허로내상

而忙邀周命新初 이망요주명신초

何甞診脉察證 하상진맥찰증

一邊呼寫二陳湯 일변호사이진탕

一邊誦傳七律詩 일변송전칠률시

吃麪喫猪 怱怱起去 흘면끽저 총총기거

日閱百病 到處如此 일열백병 도처여차

吾則執其證曰 오칙집기증왈

因循姑息 인순고식

苟且彌縫也 구차미봉야

以此而以福醫行世 豈不痛哉 이차이이복의행세 기불통재

先治其福醫 然後方可 선치기복의 연후방가

 

지금 같은 무더운 여름에 병은 학질 이질과 급체 관격이다

혹 찬바람과 더운 습기가 원인이 되거나 혹은 허한 피로와 내상이 빌미가 된다

이리하여 환자들이 처음부터 바쁘게 주명신을 찾아오지만

어찌 맥박을 짚어보거나 일찍이 증세를 제대로 살피기나 하는지

한편 담을 다스리는 약인 이진탕의 약방문을 적게 하거나

또 한편으로는 칠언율시를 읊어 전해주고

국수에 돼지고기까지 먹고는 총총히 바삐 일어나 가 버리고

매일 수백 가지 병을 검열하지만 이르는 곳마다 이렇다

나는 즉 그 증세를 잡아 말하자면

하던 대로 쫓고 잠시 쉬었다가는 인순고식이요

그럭저럭 임시변통하는 구차미봉이라 생각한다

이런데도 복의로서 세상에 행세를 하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먼저 그 복의부터 처벌하고 난 그런 후에야 바르게 될 것이다

 

위의 발췌 글을 읽으면 연암선생은 주명신의 근무태도가 엄청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주명신(周命新 1729~1798)은 허준(許浚)의 제자로 동의보감을 참조하여 동의보감의 단점을 보완한 임상치료학의 명저라고 하는 의문보감(醫門寶鑑81724(경종 4))을 저술한 분인데도 아마 주명신의 근무태도는 연암선생이 보기에는 못마땅하여 위와 같이 맹렬하게 표현한 듯하다

 

여기서 복의(福醫)는 운이 좋게도 병을 잘 낫게 하는 의사를 말하는데 실력과 능력은 부족하지만 운이 좋게도 늘 전쟁터에 나아가면 승리하는 장수를 복장(福將)이라 하듯이 복의도 실력과 능력은 미치지 못하나 운이 좋아 환자를 치료하면 그 환자가 용케도 잘 낫는 경우를 일컫는데 아마 연암선생의 눈에는 주명신이 복의에 해당되셨나 보다

 

예나 지금이나 일에 임하는 자세가 적극적이지 않고 대충대충 시간만 때우려는 인순고식(因循姑息)하거나 사고가 나면 임시방편의 처방을 하는 구차미봉(苟且彌縫)식 처리 방법은 지양되어야 하는 하나의 사회적 큰 병폐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잘 못 된 것이라 믿으면서도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하던 대로 따라하고 잠시 쉬어가듯 하는 인순고식(因循姑息) 자세는 버리고 필자도 새로운 마음으로 늘 붓 들고 대충 대충이 아닌 적극적 자세로 인순고식(因循姑息)을 화선지에 담는다

 

환기 921759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