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종참리단 終慙理短

백운선사 김대현 2020. 7. 22. 11:33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종참리단 終慙理短

마칠 종부끄러울 참다스릴 리짧을 단

 

마침 이해가 짧아 부끄럽다

 

이 성어는 신라 말 문장가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857~?)선생의 시문집인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권십일(卷十一)에 강서 왕 상서에게 답한 글(答江西王尙書書)에서 발췌하다

 

莊生不云乎 장생불운호

其智適足以知人之過 기지적족이지인지과

而不知其所以過 이불지기소이과

若非辱殷勤之旨 약비욕은근지지

何以息睚眦之詞 하이식애자지사

僕也不能嫉惡如讎 복야불능질악여수

唯以用和爲貴 유이용화위귀

但以賢愚共惑 단이현우공혹

本末未彰 본말미창

復書而不覺詞繁 부서이불각사번

比事而終慙理短 비사이종참리단

身修三省 勉尋曾子之規 신수삼성 면심증자지규

心敬一言 永荷伯陽之惠 심경일언 영하백양지혜

幸垂鑒志 某頓首 행수감지 모돈수

 

장생(장자(莊子))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알고 있는 정도는 사람들의 허물을 아는 정도에 족할 뿐이어서

그 자신의 허물에 대한 바는 알지 못한다

만약 은근히 일부러 그를 욕되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흘겨보며 하는 말을 그만두게 하겠습니까

저는 마치 원수를 대하듯 악을 미워하지 못하며

오직 화평하게 쓰이게 됨을 귀하게 여깁니다

다만 현명하고 어리석음을 막론하고 모두들 혹하니

본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답장을 쓰면서 자신도 모르게 글이 길어지고

이 일에 마침 이해가 짧아서 부끄럽습니다

매일 세 번 몸을 되돌아보며 닦는 증자의 가르침도 힘써 찾고

한마디 말을 마음으로 공경하여 백양 노자의 은혜를 길이 다독이며

나의 뜻을 살펴 드리워주면 다행이오니 아무개는 머리 조아립니다

 

이 성어의 발췌문은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857~?)선생이 당나라에서 도통순관시어사 내공봉으로 재직 할 당시 강서성의 왕 상서(장관)에게 답한(答江西王尙書書) 편지글인데 고운선생이 당나라에서 벼슬관직 생활할 때 지은 시문학과 기타 편지글 등등을 엮어서 만든 시문집인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초의 문집이라고도 한다

 

이 발췌문은 대략 중화(中和) 6년 정월 모일에 전() 도통순관(都統巡官) 승무랑(承務郞) 시어사(侍御史) 내공봉(內供奉) () 자금어대(紫金魚袋) 신 최치원은 소장을 올린다는 기록으로 보아 발췌문은 12월에 쓴 글이기에 아마 서기 886년경에 쓴 글인 것으로 보인다

 

고운선생은 문체를 크게 구비하여 우리나라 문학의 시조가 되었다라고 홍만종선생은 극찬을 하는 반면에 이규보선생은 고운선생은 미개지를 개척한 큰 공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두 고운선생을 종주로 여긴다 라고 극찬하면서도 그러나 고운선생의 시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 라고 평가를 했으며 성현선생도 고운선생이 지은 시를 보자면 비록 시구에 능하기는 해도 뜻이 정밀하지를 못하고 말이 정제되지 못하다 라고 평가하기도 하였으며 그 외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다는 것은 우리 문학사의 발전에 엄청난 도움을 준 고운선생은 비조(鼻祖)이기에 가능하고 비조(鼻祖)이기에 평가를 받는 것은 필시 당연하다 하겠다

 

고운선생처럼 깊은 지식이 겸비되어야 그 당시 세상사에 매끄럽게 순응하셨지만 그렇지 못한 오늘 날 아둔한 필자와 같은 자는 지난 우리의 선현들이 남긴 글을 읽고도 또 읽고 그렇게 하고도 이해가 바로 아니 되어 홀로 고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바로 이런 경우가 필자에게 해당되는 말 종참리단(終慙理短) 마침 이해가 짧으니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부끄러움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능수능란하게 붓을 잡고 노는 대가도 분명코 아니지만 그저 좋은 글 문장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붓과 먹 향기가 좋아서 하얀 화선지에 어린아이처럼 낙서하는 즐거움에 부끄러움도 모르고 종참리단(終慙理短)을 남긴다

 

 

桓紀 921762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