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일미황공 一味惶恐

백운선사 김대현 2020. 7. 25. 11:37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일미황공 一味惶恐

한 일맛 미두려워할 황두려울 공

 

한 결 같이 황공할 따름이다

 

이 성어는 조선 후기 학자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 1711~1781)선생의 시문집인 대산집(大山集) 권이십이(卷二十二)에 이학보에게 답함(答李學甫)에서 발췌하다

 

濕溽蒸人 侍餘學履何似 습욕증인 시여학리하사

觀書潛玩之工 관서잠완지공

想日有所造 爲之健賀也 상일유소조 위지건하야

象靖近苦腰酸 往往伏枕呻憊 상정근고요산 왕왕복침신비

亦是年例 只得且任之 역시년례 지득차임지

與休文弟 早晩講 朱書數板 여휴문제 조만강 주서수판

仍勘校刊補 纔到第四卷 잉감교간보 재도제사권

竊窺聖賢進德誨人之意 眞切的當 절규성현진덕회인지의 진절적당

日前直是悠悠浪過了光陰 일전직시유유랑과료광음

辜負古人於千載之下 一味惶恐 고부고인어천재지하 일미황공

欲頓棄舊習 從新做起 욕돈기구습 종신주기

庶少收桑楡之功 而志氣不彊 서소수상유지공 이지기불강

旋鼓旋罷 畢竟何益之有 선고선파 필경하익지유

 

습기가 사람을 찌는 듯이 무더운데 부모님을 모시고 학문을 닦아가는 것이 어떠하신가

책을 자세히 읽으시면서 깊숙하게 빠져서 하시는 공부가

날마다 더해지는 바가 있으니 매우 크게 경하 드리네

상정 나는 근래에 허리가 시큰거리고 아파서 종종 침상에 엎드려 끙끙거리며 앓고

또한 해마다 겪는 일이라서 그냥 내버려 두고 보고 있다네

아우 휴문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주서를 몇 쪽씩 강론하며

거듭하여 간보를 서로 묻고 가르치다 보니 이제 겨우 4권 째 시작하였네

성현들이 덕을 더해나가고 사람의 뜻을 깨우치는 것을 엿보니 진실로 절절히 마땅하네

전에 일을 유유히 물결치듯 지나온 빠른 시간들을 곧바로 보내며

천년의 세월 뒤에 살면서 고인들을 저버렸으니 한 결 같이 황공할 따름이네

전의 잘못된 습관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만들어 시작하고자

거의 조금이나마 만년에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지만 의지와 기력이 굳건치 못하여

금방 분발했다가 금방 그만두니 끝내 무슨 이익이 있을까

 

이 성어의 발췌문은 대산선생이 제자문인인 후산 이종수선생에게 답한 많은 편지 중 한편의 내용에서 일부를 가져 오면서 선생이 제자와 나눈 편지라면 필시 그 제자도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라 믿고 선생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서 정리해보니 학보는 이종수(李宗洙 1722~1797)선생의 자이고 스스로 후산(后山)이라 자작호를 지었으며 어려서부터 학문하기를 좋아하고 또 정진하여 지역향촌에서 존경을 받으며 사림의 모범이 된 분이시고 또 당대의 학행으로 명성이 높았던 대학자이신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 소산 이광정(小山 李光靖)형제를 스승으로 섬기면서 안동 일직에 후산정사(后山精舍)를 짓고 독서 강론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시면서 근사록어류집록(近思錄語類輯錄) 주자감흥시제가집해(朱子感興時諸家集解) 퇴계시집차의(退溪詩集箚疑) 가례집유(家禮輯遺) 수사전습록도설훈의(洙泗傳習錄圖說訓義) 후산문집 189책 등을 남긴 전형적인 또 한분의 대학자이셨던 후산선생님을 알게 되어 기쁘다

 

오늘의 성어 한 결 같이 황공할 따름이다란 일미황공(一味惶恐)에서 일미(一味)의 뜻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하나같이 한결같아서 하나로 모아 진다 그래서 일미(一味)의 맛인가 보다

위와 같이 말을 하면 도대체 뭔 소리 하는가하고 의아스럽게 생각 할 것이다 일미(一味)는 한번 맛보다, 맛을 한번보다, 최고의 맛, 맛이 최고다, 하나같은 맛, 맛이 하나다, 한결같은 맛, 맛이 한결같다, 라고 대체로 해석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한번, 하나, 최고, 한결은 바로 한결같아야 성립 될 수 있는 단어인 것이다

 

우리의 상형표의문자 한자의 묘미가 바로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은 더욱 더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하여 사람의 두뇌를 명석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나 하고 비 오는 날 아침에 허접한 생각을 하면서 또 사람이 지극히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면 오히려 두려움이 배가 되어 황공(惶恐)스럽게 되니 이 황공(惶恐)이 곧 최고의 감사함을 표하는 단어가 되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오늘의 성어 한 결 같이 황공스럽게도 일미황공(一味惶恐)을 화선지에 담아 놓는다

 

 

桓紀 921765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