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단사표음 簞食瓢飮

백운선사 김대현 2020. 7. 31. 10:51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단사표음 簞食瓢飮

대광주리 단먹이 사표주박 표마실 음

 

대광주리에 담은 밥과 표주박에 든 물을 마시다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의미하는 말이다

 

조선 단종(端宗) 때의 문신으로서 사육신(死六臣)의 충절을 후세에 알린 생육신(生六臣)의 한 분인 추강 남효온(秋江 南孝溫 1454~1492)선생의 시문집인 추강선생문집(秋江先生文集) 권사(卷四)에 유해운대서(遊海雲臺序)에서 발췌하다

 

若夫恃於淸明之世 忽於臨深之戒 약부시어청명지세 홀어림심지계

溺於眼前之樂 暗於後日之患 익어안전지악 암어후일지환

則安得長有此樂乎 可不愼哉 칙안득장유차악호 가불신재

於戲 某於使君 素無平生之雅 어희 모어사군 소무평생지아

幸逢萍水之會 棄我世間之謗 행봉평수지회 기아세간지방

許我華筵之末 俾觀山海之勝 허아화연지말 비관산해지승

賜聞希夷之聲 今日之遊 得非幸耶 사문희이지성 금일지유 득비행야

抑不知文昌侯於當日有此樂否 억불지문창후어당일유차악부

簞食瓢飮 恣意觴詠 단식표음 자의상영

寒儒分內事 歌舞之樂 한유분내사 가무지악

絲管之聲 若非地主之賜 사관지성 약비지주지사

安得觀之哉 안득관지재

龍集丁未至月望前一日 秋江居士某 謹序 룡집정미지월망전일일 추강거사모 근서

 

만약 대저 좋은 세상을 믿고서 깊게 경계에 임해야 하는 것을 소홀하고

눈앞의 즐거움에만 빠져서 뒷날의 근심을 모르면

어찌 이런 즐거움을 오래도록 얻을 수 있겠는가 가히 삼가 하지 않을 수 있으리

아아 나와 관리영감과는 평소에 교분 없이 지냈는데

다행히 부평초가 모이듯이 만나 나에 대한 세간의 비방을 내던지고

나를 화려한 자리 끝에 허락하여 산해의 좋은 경치를 보게 하고

희이(인간세상이 아닌 명계)의 소리를 듣게 해주고 오늘의 유람을 하였으니 다행이 아니냐

삼가 문창후도 당시에 이런 즐거움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대그릇의 밥을 먹고 표주박의 물을 마시면서도 방자하게 의지대로 술 마시고 읊조리니

가난한 선비의 분수 안의 일이라 노래하고 춤추는 즐거움과

거문고와 피리 소리를 만약 지역의 영감이 들려주지 아니하였다면

어찌 관람할 수 있었을까

용집정미년(1487) 동짓달 보름 하루 전날 추강거사 모는 삼가 서하다

 

이 성어 발췌문의 저자 추강 남효온(1455~1492)선생은 점필재 김종직선생의 제자이며 또 동시에 청한자 김시습선생의 제자이다 아무런 벼슬도 하지 않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한 대문호 청한자선생은 20세 아래인 추강에게는 언제나 깍듯하게 추강 선생이라 칭하며 아끼고 존중했다 하고 또 점필재선생님도 항상 우리 추강이라고 불렀다는 기록들로 보아 추강선생의 성품과 학문은 대단한 경지였음이 틀림이 없다 이러하신 선생님의 글을 대하니 절로 고개 숙여 진다

마침 추강선생의 문집에서 우리의 시조 단군에 대한 시가 있어서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단군의 묘정을 배알하고 謁檀君廟庭

단군생아청구중 교아이륜패수변 채약아사금만세 지금인기무진년

檀君生我靑丘衆 敎我彝倫浿水邊 採藥阿斯今萬世 至今人記戊辰年

단군께서 우리들을 삼한청구 백성으로 낳으시고

떳떳하게 인륜으로 요동변에 우리들을 가르쳤네

아사달서 약초캐며 산신된지 만년세월 지났으나

지금까지 오늘에도 사람들은 무진년을 기억하네

 

이 시는 추강집 제3권에 실려 있는 우리 민족의 시조 삼성신 단군에 관한 귀중한 글이다 무진년(戊辰年)은 바로 단군성조께서 나라를 세웠던 기원전 2333년이다 추강선생은 단군환검 천제께서 세상을 떠난 지 만세가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단군이 나라를 세운 사실을 기억한다고 시를 읊음으로서 단군의 역사가 사실과 전설에서 혼동을 하고는 오늘 날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적 사실이 될 수 있어서 더욱 반갑고 비록 대광주리의 거친 밥이든 표주박의 물이든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고 우리의 민족정기를 제대로 아셨던 선현을 뵈었다는 것이 더 즐겁고 선생의 글을 함께 공유함이 뿌듯하다

 

공자의 안회에 대한 이야기 고사에서 유래 파생된 표감루항(瓢甘陋巷)의 의미와 거의 유사한 대광주리에 담은 밥과 표주박에 든 물을 마시다의 선생의 해운대 유람기에서 발췌한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오늘의 성어로 담아 놓는다

 

 

桓紀 9217611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