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일조발랑 一朝發朗

백운선사 김대현 2020. 8. 1. 11:01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일조발랑 一朝發朗

하나 일아침 조쏠 발밝을 랑

 

하루아침에 밝게 드러나다

 

고려 중기의 호탕하고 활달한 문장으로 당대를 풍미한 대문호 명문장가인 백운거사 이규보(1168~1241)선생의 시문집인 동국리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 권제이십삼(卷第二十三)에 진강후 모정기(晉康侯 茅亭記)에서 발췌하다

 

玆亭也不出城市 超然有雲山之趣 자정야불출성시 초연유운산지취

令人心地自然澄汰 령인심지자연징태

俯仰几席 坐撫四方 長橋相望 부앙궤석 좌무사방 장교상망

九逵互湊 乘軒者 跨馬者 行者走者 구규호주 승헌자 과마자 행자주자

擔者挈者千態萬狀 無一毫敢逃 담자설자천태만상 무일호감도

凡遐眺遠覽 莫玆亭若也 범하조원람 막자정약야

雖使公輸督墨 般匠揮斤 수사공수독묵 반장휘근

其制度宏麗 或可髣髴 至於洞朗豁眼 기제도굉려 혹가방불 지어동랑활안

飄飄若登蓬萊望四海 표표약등봉래망사해

則非稟公之目授頤指 曷若是耶 칙비품공지목수이지 갈약시야

噫 自始剖判 固有斯境 희 자시부판 고유사경

曠世伏匿 一朝發朗 광세복닉 일조발랑

豈天作地藏 有待於公耶 기천작지장 유대어공야

 

이 정자는 성과 시가지를 드러내지 않고도 초연히 구름 산의 정취가 있어서

지역 사람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드맑게 한다

좋은 돗자리에서 우러러 구부리고 앉아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긴 다리를 내려다보면

사방으로 통하는 큰길이 모여서 수레를 탄 자 말에 탄자 걷는 자 뛰는 자

짊어지고 가는 자 끌고 가는 자 등 천태만상들이 터럭 하나라도 감히 달아나지 못하니

무릇 먼 경관을 멀리 바라보는 데는 이 정자만한 같은 곳이 없다

비록 공수반 대목수으로 하여금 먹줄을 퉁기고 재고 목수가 자귀연장을 휘두르고

그 규모가 크고 화려함은 혹 가히 그럴듯하여 골짜기가 환히 탁 눈이 트여서

마치 날아가듯 표표히 봉래산에 올라가 사해를 바라보는 것 같고

공의 눈으로 지시를 하고 받지 않고서는 어찌 이와 같겠는가

아 천지개벽 처음부터 한 결 같이 이런 경치가 있었겠지만

광야의 세상에서 숨어 있다가 하루아침에 밝게 드러내니

어찌 하늘이 만들고 땅은 간직하였다가 공에게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성어 발췌문은 고려 말 문신인 백운거사 이규보(1168~1241)선생이 진강후(晉康侯) 최충헌(崔忠獻 1149~1219)선생의 정자 모정(茅亭)을 지을 때 써준 기문인데 진강후 최충헌은 고려 때 권신(權臣)으로서 진강군개국후(晉康郡開國侯) 제후에 책봉되고 무신정권기 최대 권력자로 최우 부자와 최씨 집안이 4대에 걸쳐 권력을 독점하였으며 이들의 무신정권권력이 절정기일 때 몽고가 아홉 차례에 걸친 침략 할 당시 최씨 무신정권은 강화도로 천도하여 몽고에 굴복하지 않고 싸울 그 때 백운거사 이규보선생은 고려 조정의 최고 문신으로 정사와 교분을 진강후와 나누며 두터운 관계가 지속 될 당시의 권력 속셈 상으로 보아 모정기 기문을 극찬에 찬사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백운거사 이규보선생은 몽고의 침략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또 민란으로 어수선해진 틈에도 고조선으로부터 부여 고구려 발해 신라백제 고려로 이어지는 우리의 민족정기 진작에 많은 심혈을 기우리신 것 같다 선생이 남긴 많은 저서 중에 동명왕편(1193)은 바로 선생이 우리 민족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나를 설명해 주는 대표적 작품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면서 필자는 오늘의 성어인 하루아침에 밝게 드러나다 일조발랑(一朝發朗)의 발랑(發朗)이 한자어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인 줄 알았었다

 

발랑 드러나다라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많이 자주 들어서 그렇게 생각한지는 몰라도 발랑이 환하게 드러나다란 뜻일 줄은 정말 몰랐었다 왜냐면 발랑 드러나다 말을 너무 자주 들은 연유로 나름 생각하기를 발랑은 뒤집어지다라는 순 우리말 단어라고 스스로 믿었었는데 오늘에야 이것이 한자어라는 것을 알았다 역시 짧은 식견과 지식은 하루아침에 밝게 드러나는 법이니 어찌 일조발랑(一朝發朗)을 화선지와 성어문집에 담지 않고 그냥 지나가겠는가

 

 

桓紀 9217612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