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선고선파 旋鼓旋罷

백운선사 김대현 2020. 7. 29. 10:45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선고선파 旋鼓旋罷

돌 선북 고돌 선방면할(그만둘)

 

금방 고무되었다가 금방 그만두다

 

학봉 김성일선생의 11대 종손이고 조선말 의병활동으로 유명한 서산 김흥락(西山 金興洛1827~1899)선생의 시문집인 서산선생문집(西山先生文集) 권사(卷四)에 이신암에게 답하다(答李愼菴)에서 발췌하다

 

前晦下覆 所以眷敎之者 전회하복 소이권교지자

至深且切 區區荷愛 지심차절 구구하애

殆一月于此而不敢忘也 태일월우차이불감망야

每恨得便匆遽 未有以仰謝至意之萬一 매한득편총거 미유이앙사지의지만일

竊恐訑訑之聲色 拒人千里 절공이이지성색 거인천리

而長者鉗鎚 不見報而遂掇也 이장자겸추 불견보이수철야

尤何等罪悚萬 우하등죄송만

潦水來 聲信更落落 료수래 성신경락락

伏不審經體動靜萬相 복불심경체동정만상

興洛日用一味擾擾 定帖不得 흥락일용일미요요 정첩불득

日與古紙相疎 縱有些少好意 일여고지상소 종유사소호의

只是旋鼓旋罷 지시선고선파

此所以旣深內訟 又復望救於長者 차소이기심내송 우부망구어장자

非故爲例餙語也 비고위례희어야

 

지난 그믐날에 다시 보내 주셨던 편지에 돌봐 주시고 가르쳐 주신 것이

지극히 깊고도 또 절실하였으며 저를 꾸짖고 사랑하여 주심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지나가도 감히 잊을 수 없습니다

늘 형편이 바삐 지나가니 지극한 뜻에 만에 하나라도 우러러 사례 못함이 한입니다

거만한 소리와 억센 얼굴빛으로 사람을 천 리 밖에서 막고

장자의 엄격한 가르침에 보답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만두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더욱 죄송함이 얼마나 지극히 크겠습니까

장맛비로 인해 서신소식마저 다시 멀어지는데

편히 경전을 공부하고 조용히 지내면서 많은 것을 살피지를 못하였으니

흥락이는 일상생활이 하나같이 번잡하고 반듯하게 자릴 잡지 못하여

날로 옛 서책과 서로 멀어지고 비록 작고 작은 좋은 뜻이 있더라도

다만 금방 고무되었다가 바로 되돌아서서 그만두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깊이 마음속으로 꾸짖는바 또 다시 장자에게 구해 주기를 희망하오니

예로부터 의례히 꾸며낸 말이 아니옵니다

이 성어의 발췌문은 서산선생이 신암선생에 답한 편지글인데 필자는 두 선생의 존함은 어렴풋이 기억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가물가물하기에 정확히 어떤 분이신지는 솔직히 잘 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간략하나마 함께 공부하는 기분으로 두 선생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서산 김흥락(西山 金興洛 1827~1899)선생은 학문에만 전념하고 일찍부터 벼슬길에는 뜻이 없었으나 부친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어서 24세에 한성 증광시를 보고는 그 후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였었는데 민황후가 왜의 무리에게 시해를 당한 을미사변(1895)과 이어 내린 단발령 때 안동지역의 대표적인 유학자 김도화 유지호 등과 더불어 통문을 돌려 의병을 모집하는 등 의병봉기에 참여하여 의병활동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노령에도 불구하고 왜군과 치렀던 태봉전투의 쓰라린 패배에 이어 의병을 해산하라는 고종의 조칙 이후에는 학문에만 전념한 학자로서 생을 마감하였으며 저서로 제훈집설요람(諸訓集說要覽) 가제의(家祭儀) 졸수요결(拙守要訣) 입학오도(入學五圖) 주일설(主一說) 서산선생문집(西山先生文集)이 있다

 

또 신암 이만각(愼菴 李晩慤 18151874)선생은 서산선생보다 한참 연배이시며 류치명(柳致明)선생의 문인으로 벼슬길의 추천도 마다하고 오직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만 힘쓰시고 퇴계전서(退溪全書)중에서 긴요한 종지만을 발췌하여계서약선(溪書約選)을 편집하였으며 고증학에도 밝으셔서 용학의목(庸學疑目)인 암후유기(巖后類記)와 저서로는 신암문집(愼庵文集)을 남긴 전형적인 학자이시다

 

발췌문은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셨던 두 분의 학자 선현들의 편지글이란 걸 알고 나니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또 읽어보면서 한 갑자를 보낸 필자의 뒤 늦은 공부가 공부이겠냐마는 금방 불타올랐다가 금방 사그라지는 선고선파(旋鼓旋罷)는 되지 않아야 되겠다는 처음의 마음가짐을 추스리며 다시 다짐하면서 화선지에 담아놓는다

 

桓紀 921769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