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환시역가 還示亦可

백운선사 김대현 2020. 8. 3. 11:45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환시역가 還示亦可

돌아올 환보일 시또 역옳을 가

 

다시 또 보여줘도 괜찮다

 

조선시대 선현들 중에서 불세출의 문장으로 이름을 떨치셨으면서도 64세에 뒤늦게 과거 사마시에 합격한 대학자 부사 성여신(浮査 成汝信1546~1632)선생의 시문집인 부사선생문집(浮査先生文集) 권삼(卷三)에 칠원 현감 조차마에게 답하는 편지(答曺漆原次磨書)에서 발췌하다

 

年前 獲承手帖 년전 획승수첩

認得山中靜養 閒味佳勝 인득산중정양 한미가승

慰且喜焉 僕齒滿八旬 위차희언 복치만팔순

昏憒倍前 他無足向人道者 혼궤배전 타무족향인도자

示來記草 情意曲盡 시래기초 정의곡진

孝思兼至 非如閒說話文字 효사겸지 비여한설화문자

他人安得下一字措一語於其間 타인안득하일자조일어어기간

第更思之 제경사지

左右都將 貴記本草 求余斤正 좌우도장 귀기본초 구여근정

實是相信間切磋之道 실시상신간절차지도

若以辭拙孤盛意 약이사졸고성의

則非報人以直之者也 칙비보인이직지자야

玆將已見以質之 자장이견이질지

若於尊意 有不協處 還示亦可 약어존의 유불협처 환시역가

 

년 전에 감사하게도 편지를 받고 보니

산속에서 정심수양하며 아름다운 경치를 한가롭게 음미하며 지냄을 알게 되어

위안이 되고 또한 기뻤네 이 사람의 나이가 팔순에 차니

희미하고 심란함이 전보다 배가 되고 달리 만족히 사람들에게 말을 할 것이 없다네

보내 온 기문의 초고는 뜻이 뚜렷하고

효 생각이 지극하여 한가롭게 이야기하는 대화문자와 같지 아니하니

남이 어찌 그 사이에 한 글자를 더하고 한 마디 말을 섞을 수가 있겠는가

재차 다시 그것을 생각해보니

좌우의 모두가 장차 귀한 기문 초고를 나에게 교정받기를 구하니

실로 이는 서로 믿는 사이의 자르고 쓸고 쪼고 갈아 빛을 내는 절차탁마하는 도리이네

만약 문장의 말씀이 졸렬하다고 성대한 뜻을 외롭게 한다면

바로잡아 주는 것으로써 남에게 보답하는 것은 아니네

이에 막 나의 견해로써 바로잡으려 하니

만약 그대의 뜻에 맞지 않는 곳이 있으면 다시 보여주셔도 된다네

이 성어 발췌문은 조선시대 대학자 부사 성여신(浮査 成汝信1546~1632)선생이 모정 조차마(慕亭 曺次磨15571639)선생에게 청탁받은 기문초고의 교정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보낸 편지글이다

 

모정 조차마선생은 남명 조식선생의 아들이며 칠원현감을 역임하고 만년에 남명선생의 묘소 가까운 곳에 집을 지어 모정(慕亭)이라 편액하고 남명선생의 유문(遺文)이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을 새로 복원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일 때 이 편지도 주고받으면서 초고를 작성에 도움을 받으면서 또 남명학파 적통 계승자인 무민당 박인(朴絪)선생에게 부탁하여 남명선생의 연원록(淵源錄)인 산해사우연원록 및 언행록과 연보를 무민당선생이 편찬을 완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남명선생과 관련된 문헌이 정리 되는 작업에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아 대단하신 선현이시다

 

오늘의 성어로 다시 또 보여줘도 괜찮다라는 환시역가(還示亦可)라는 멋지고 자신만만한 성어를 남기신 부사 성여신 선생은 8세에 신숙주선생의 증손인 신점(申霑)선생에게 글을 배우고 일찍부터 불세출의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뒤늦게 64세 나이로 사마양시(1609)에 합격하신 것은 아마도 자신의 당당한 실력으로 주위의 도움 없이 그 누구도 뿌리 칠 수 없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필자는 생각하며 선생은 스스로 호를 부사야로(浮査野老)라 짓고 임진왜란이후 문란해져가는 풍속을 바로잡기 위하여 힘쓰셨으며 부사문집(浮査文集)을 저서로 남기시고 사후에 진주의 임천서원(臨川書院)과 창녕의 물계서원(勿溪書院)에 제향되신 선생님의 글 안에는 겸손과 존경과 인륜의 예가 함축되어 있어 문장에서 문향이 코끝을 감미롭게 한다

 

발췌문의 말미에 다시 또 보여줘도 괜찮다라는 환시역가(還示亦可)는 최선을 다한 당당한 모습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는 말이라고 나름 정리하면서 환시역가(還示亦可)란 성어를 자신 있게 쓸 날을 기다리는 것은 욕심이기에 하얀 화선지 위에 환시역가(還示亦可)를 남겨 놓는 영광을 가진 것만으로도 필자에겐 족하다 생각한다

 

桓紀 9217614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