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囊裏談筆] 능혁구폐 能革舊弊

백운선사 김대현 2020. 8. 8. 11:54

백운선사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成語文集 囊裏談筆]

 

능혁구폐 能革舊弊

능할 능가죽 혁오래 구해질 폐

 

능히 오래된 폐단을 혁파하다

 

조선 초의 선비였던 인재 신개(寅齋 申槩 1374~1446)선생의 시문집인 인재선생문집(寅齋先生文集) 권삼(卷三)에 교육관련 직임을 가려 뽑기를 청하는 계(請揀選師儒啓)에서 발췌하다

 

謹按 明道先生言於朝曰 근안 명도선생언어조왈

治天下 以正風俗得賢才爲本 치천하 이정풍속득현재위본

宜先禮命近侍賢儒及百執事 의선례명근시현유급백집사

悉心推訪有德業充備足爲師表者 -中略- 실심추방유덕업충비족위사표자 -중략-

國家師儒之任 국가사유지임

率皆寒賤迂儒 솔개한천우유

學問孤寡 人皆輕賤之 학문고과 인개경천지

膏梁子弟及善事權要者 고량자제급선사권요자

雖經學精明 수경학정명

皆飛揚臺閣 其視五部敎授官 蔑如也 개비양대각 기시오부교수관 멸여야

優人指爲敎授官戲 우인지위교수관희

故搢紳儒士 皆恥爲之 고진신유사 개치위지

至是雖重是選 지시수중시선

然不能革舊弊也 연불능혁구폐야

 

삼가 살펴보면 북송(北宋)의 유학자 명도(明道 1032-1085)선생이 조정에서 진언하길

천하를 다스릴 때에 풍속을 바르게 하고 현명한 인재를 얻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마땅히 먼저 예로서 신하(근시)와 어진 유생과 온갖 일을 하는 백집사들에게 명하여

모든 마음을 덕업이 충분히 갖춰지고 족히 사표가 될 만한 자를 찾아서 천거해야 합니다

-중략-

국가의 스승이 될 만한 성균관의 관리와 학자 대사성의 직임을 맡은

대부분 관리가 가난하고 천하며 물정에 어두운 유생이라서

학문이 외롭고 쓸쓸하여 사람들이 모두 경멸하고 천시하였습니다

부귀한 집안의 자제들과 권력 있는 자들을 잘 따르고 섬기는 이들은

비록 경학에는 정밀하고 밝지만

모두 조정의 높은 지위에 올라 오부의 교수관을 멸시하고 이와 같이 하다 보니

익살스런 광대들이 이를 교수관희라고 손가락질하였으니

이러므로 성균관의 벼슬아치나 선비들이 모두 부끄러워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 비록 스승과 유생인 사유의 선임을 중하게 여겼으나

옛날의 오래된 폐단을 혁파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성어 발췌문은 인재 신개선생이 관리로 재직할 시에 임금에게 경학에 밝고 행실이 뛰어나 사표가 될 만한 자를 뽑아 성균관의 생도의 관리로 삼을 것을 주청한 계문 중에 일부분이다

 

인재 신개선생은 자손들에게 대대손손 전하라며 유훈을 남기셨는데 말은 참되며 믿음있게 하고, 행실은 신실히 예의 바르게 하며, 마음가짐은 매사에 조심하고 삼가하여, 몸가짐을 늘 하느님 마주하듯 하라.” 라는 언충신 행독경 소심익익 대월상제(言忠信 行篤敬 小心翼翼 對越上帝)의 말씀을 남기셨는데 어찌 이 좋은 말씀을 자손들에게만 남기신 말씀은 분명 아닐지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좌우명으로 삼는 것도 선생님은 좋아하시리라 믿는다

 

인재선생은 고려개국공신 태사 신숭겸선생의 후손으로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서 전사한 신립선생의 5대조이시며 여러 관직을 거치면서 많은 치적을 남기시고 좌의정까지 오르셨으며 사후에 세종 묘정에 배향 되고 시호는 文僖(문희)이며 고려사를 편찬에 참여하고 저서로 인재문집(寅齋文集)을 남기셨다

 

교육관련 관리는 옛날에는 환영을 받지 못한 직종이었나 보다 요즈음도 교육관련 직종은 다른 직종보다 더 환영받고 존경 받는다고는 엄밀히 말 할 수는 없다고 보지만 교육관련 직종에 근무하는 인재는 어느 직종에 못하지 않는 대우와 오히려 더 존경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믿으며 그 옛날에도 잘 못된 관행 오래된 폐단들을 능히 혁파하다 라는 능혁구폐(能革舊弊)의 실행이 어렵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잘못된 구폐는 당연히 청산을 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사정을 다 봐주다보니 결국 차일피일 미루어져 오늘 날까지 미뤄지니 이제는 구폐인지 적폐인지 폐단이 뭔지도 모르고 오히려 그 폐단에 앞장섰던 부류가 더 큰 소리치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가는 요즈음 나라꼴이 한심스럽지만 그래도 능혁구폐(能革舊弊)는 마땅히 실행되어야 이 나라의 앞날이 밝아진다고 확실히 믿는 필자의 마음 변함이 없기에 화선지 펼쳐 놓고 긴 장마에 한숨을 지으며 그래도 희망을 품고 능혁구폐(能革舊弊)를 휘호한다

 

 

桓紀 9217619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