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白雲筆談] 초매경륜 草昧經綸

백운선사 김대현 2020. 9. 7. 14:06

백운선사 김대현이 붓으로 풀어가는 주머니 속 성어이야기[成語文集 白雲筆談]

 

초매경륜 草昧經綸

풀 초어두울 매날 경낚싯줄 륜

 

혼란하고 어둔한 초창기에 기틀을 잘 닦아서 다스리다

 

이 성어는 조선 중기 택풍당 이식(澤風堂 李植1584~1647)선생의 문집인 택당집(澤堂集)에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권칠(卷七) 정사공신인 어떤 사람에게 내린 교서(敎靖社功臣或人書)에서 발췌하다

 

王若曰 왕약왈

予惟宗國顚覆 戚蕃定其基 여유종국전복 척번정기기

草昧經綸 초매경륜

材俊騁其智 故風雲有感 재준빙기지 고풍운유감

或收釣築之遺 帶礪申盟 혹수조축지유 대려신맹

亦超茅土之數 역초모토지수

爰稽舊典 用答殊勳 원계구전 용답수훈

卿器宇嶔崎 神情倜儻 경기우금기 신정척당

家傳忠烈 不以名利嬰懷 가전충렬 불이명리영회

學有師資 不以場屋屈跡 학유사자 불이장옥굴적

挾靑霞之爽氣 包黃石之深韜 협청하지상기 포황석지심도

以龍蟄蠖屈之蹤 이룡칩확굴지종

値狐鳴梟噪之日 치호명효조지일

天常已殄 董養升堂而發嘆 천상이진 동양승당이발탄

王室將移 袁安當座而下泣 왕실장이 원안당좌이하읍

 

왕이 이와 같이 말하기를

내가 생각해보니 나라가 전복되려 할 땐 가까운 친척이 그 나랏일을 안정시켜 주기도 하고

혼란하고 어둔한 초창기에 기틀을 잘 닦아서 다스리고

뛰어난 인재들이 그 지혜를 모두 다하니 그러므로 풍운(임금과 신하)에 감흥이 있었으니

혹 낚시하면서 성을 쌓고 보낸 세월 거두어들이고 띠와 숫돌처럼 다 닳아 질 때까지 영원한 맹약을 거듭하며

또한 띠 풀에 싸준 그 지역 흙을 생각하며 은혜를 넘쳐나게 갚으니

이에 옛날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수훈에 보답하여 쓰며

경은 외관 생김새가 크고 훤칠하고 신정이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충성이 열렬한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아서 명리를 절대 품지 않으며

스승과 제자의 학업에 열중하며 과거시험에 자신을 굽히지 않았으며

맑은 노을같이 상쾌한 기운을 가지고 황석노인의 감춰놓은 심오한 계략을 안고

용과 자벌레가 몸을 숨기고 굽히는 상태로 있으면서도

여우의 울음소리로 혼란스럽게 하거나 부엉이 울음소리처럼 시끄러운 세상이 되었어도

하늘의 떳떳한 도리가 이미 끊어지고 동양노인이 마루에 올라가 탄식을 발하며

왕실의 힘이 장차 옮겨가니 원안노인은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었지만...

 

이 성어의 발췌문은 조선 시대 광해군15(1623)년에 일어난 인조반정(仁祖反正)에서 공을 세운 김류(金瑬) 이괄(李适)50명의 정사공신들 중 어떤 이에게 내린 교서내용의 일부분이다

 

문정(文靖)공 택풍당 이식(澤風堂 李植 1584~1647)선생은 광해군2(1610)년 문과에 급제하고 선전관 재직 시에 폐모론으로 낙향하였다가 인조반정 이후 이조좌랑 대사간으로 재직할 때 실정을 논박하다가 여러 번 좌천되기도 하였으며 인조20(1642)년 김상헌 등과 함께 척화를 주장하여 청나라 군사에게 잡혀갔다가 탈출하여 돌아온 후 대사헌 형조 이조 예조 판서를 지냈으며 선생은 문장의 짜임새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을 가장 큰 장기로 삼았으며 고문다운 문장이란 한문이 지닌 표현능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간결하고도 품격이 높고 꾸미지 않은 것 같은 데서 우아한 흥취가 살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소설 배격론이 대두되었을 때 소설의 폐단을 강경하게 지적하고 허균을 공격하기도 하였으며 문풍을 바로잡는 일에 적극 가담하였으며 5언 율시가 뛰어난 한문의 대가 중에 한분이시다

 

혼란하고 어둔한 초창기에 기틀을 잘 닦아서 다스리다 라는 초매경륜(草昧經綸)의 성어를 설명하면서도 솔직히 한자와 한문에 대한 복잡 미묘한 설명을 간략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지만 한자는 그 글자가 가진 뜻을 파헤쳐 알면 풀이가 대충 이해되나 한문은 그 글자의 뜻만 가지고는 뜻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너무 많다 그것은 경서와 고사를 인용하여 문장을 구사하기 때문에 경서와 고사를 알아야 뜻을 이해할 수가 있기에 엄청난 책을 읽고 자기 것으로 소화가 되어야 만이 해독이 가능하니 한문이 어려운 이유인 것에 하나지만 그렇다고 한문을 등져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한계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차근차근 하나하나 공부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여기며 한문 공부 성어 공부를 시작하는 초창기이니 어둔하고 어둡고 황망하지만 잘 숙지하고 차근차근 다듬어 가면 자신의 것이 되기에 이 초매경륜(草昧經綸)을 화선지에 휘호하고 백운필담에 담아놓는다

 

桓紀 9217720 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