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白雲筆談] 폐고필장 弊桍必藏

백운선사 김대현 2020. 9. 8. 14:55

백운선사 김대현이 붓으로 풀어가는 주머니 속 성어이야기[成語文集 白雲筆談]

 

폐고필장 弊桍必藏

해질 폐마른나무 고반드시 필감출 장

 

떨어지고 낡은 바지라도 반드시 간직하다

 

이 성어는 고려 말 조선 초 송당 조준(松堂 趙浚1346~1405)선생의 시문집인 송당선생문집(松堂先生文集) 권지사(卷之四)에 시무에 관하여 진술한 두 번째 상소문(陳時務第二疏)에서 발췌하다

 

嵩高之極 有甚於萬仞 숭고지극 유심어만인

負荷之艱 有萬於泰山 부하지간 유만어태산

一言之出 如雷霆之動於天 일언지출 여뢰정지동어천

而三韓莫不聞 이삼한막불문

一事之行 如日月之出於天 일사지행 여일월지출어천

而三韓莫不覩 이삼한막부도

敬之一字 帝王所以作聖之基 경지일자 제왕소이작성지기

公之一字 帝王所以致治之本 공지일자 제왕소이치치지본

願殿下上畏皇天之監臨 下畏億兆之瞻仰 원전하상외황천지감림 하외억조지첨앙

賞一人則恐不合於上帝福善之心 상일인칙공불합어상제복선지심

罰一人則恐不合於上帝禍淫之鑑 벌일인칙공불합어상제화음지감

衆悅而後賞 衆棄而後刑 중열이후상 중기이후형

弊桍必藏 一笑必惜 폐고필장 일소필석

命一官則曰 명일관칙왈

斯人也果君子 而可以理天工 사인야과군자 이가이리천공

可以養天民 而天不罪我乎 가이양천민 이천부죄아호

 

지극히 숭고한 그 높이는 만 길보다 더 높게 있고

어려운 책임을 짊어진 것은 만에 태산보다 무겁고

한마디 말을 하여도 마치 저 하늘에서 천둥우레소리가 울리는 것 같고

삼한청구 조선에서 듣지 않는 이가 없으며

한 가지 일만 행하여도 마치 해와 달이 하늘에 떠오르는 것과 같아서

삼한청구 조선에서 보지 않는 이가 없다

경이라는 한 글자는 제왕이 성스럽게 되는 기본인 바이고

공이라는 한 글자는 제왕이 정치를 잘 다스리는 근본인 바이다

원하오니 전하께서는 위로 황천이 굽어 살펴보심을 두려워하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이 우러러보는 것을 두려워하셔야합니다

한 사람에게 상을 줄때는 하나님께서 착한 이에게 복을 주는 마음에 어긋날까 두려워하며

한 사람에게 벌을 줄때는 하나님께서 음흉한 이에게 화를 채찍함에 맞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뭇 많은 사람이 기뻐하여야 상을 주고 뭇 많은 사람이 버려야 형벌을 주니

떨어지고 낡은 바지라도 반드시 간직하고 한 번의 웃음도 반드시 참고

하나의 벼슬을 명하여 내릴 때도

이 사람이 과연 군자로서 하늘이 내린 직분을 가히 제대로 다스리고

하늘이 내린 백성을 가히 잘 기를 수 있을지 하늘이 나에게 죄를 내리지 않기를 바라야한다

 

이 성어의 발췌문은 송당 조준선생이 고려 말 1389년 공양왕 1년 때 올린 시무에 관하여 진술한 두 번째 상소문(陳時務第二疏) 내용중 일부이다

 

문충(文忠)공 송당 조준(松堂 趙浚 1346~1405)선생은 고려 말 전제개혁등 개혁을 위해 상소등 많은 주장과 역할을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조선 왕조 초창기에 철저한 제도개혁과 체제정비를 통해 고려 말 조선초기의 어수선하고 혼란한 사회분위기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고 개국창업 과정에서 문물제도를 정비해서 국정운영기반조성을 확립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 조선 왕조 개국의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또 극도로 문란해진 토지제도를 재편하여 부국강병과 민생안정을 이루고자 전제개혁 과거제도 등 사회전반 구조개혁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떨어지고 낡은 바지라도 반드시 간직하다 라는 폐고필장(弊桍必藏)의 근검절약 정신은 조금만 해지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새 구입한 옷이나 고급스런 물건을 버리는 경향이 허다한 요즈음에 근검절약의 폐고필장(弊桍必藏)의 정신을 본 받자라고 하면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여 보면 이 해어진 바지도 보관하여 두면 여러 면에 쓰일 용도가 있기에 그때를 대비해서 간직해 두는 것은 삶의 지혜인데 이 지혜를 등한시하면 우리는 다시 빈국 빈가의 자리로 돌아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반드시 다음에 쓰일 때를 대비하여 폐고필장(弊桍必藏)을 화선지에 휘호하고 백운필담에 간직하고자 한다

 

 

桓紀 9217721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