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白雲筆談] 리사치민 釐事治民

백운선사 김대현 2020. 9. 12. 11:26

백운선사 김대현이 붓으로 풀어가는 주머니 속 성어이야기[成語文集 白雲筆談]

 

리사치민 釐事治民

다스릴 리일 사다스릴 치백성 민

 

일을 처리하고 백성을 다스리다

 

이 성어는 조선중기 문신 용주 조경(龍洲 趙絅1586-1669)선생의 시문집인 용주유고(龍洲遺稿) 권십오(卷十五)에 좌부승지 이공 묘갈명병서(左副承旨李公墓碣銘 幷序)에서 발췌하다

 

尤長於 春秋 至老不厭 우장어 춘추 지로불염

人有難疑 必旁出入數三傳 인유난의 필방출입수삼전

誦不錯一字 송불착일자

遭國家危亂之日 雖重繭千里 亦少不憚 조국가위란지일 수중견천리 역소불탄

慷慨之事 辭氣動人 강개지사 사기동인

蓋其受用於春秋之學者如此云 개기수용어춘추지학자여차운

立朝數十餘年 歷官內外十五六 립조수십여년 력관내외십오륙

釐事治民 俱有可稱 리사치민 구유가칭

晩年 臨洛東江亭其上 顔以浣石 만년 림락동강정기상 안이완석

仍自號浣亭 庶幾哉二疏之風焉 잉자호완정 서기재이소지풍언

有得於寒 旅兩先生之門 유득어한 려량선생지문

而先立其大者非耶 是宜銘 이선립기대자비야 시의명

 

더욱 춘추(春秋)에 오래도록 좋아하시더니 늙어서도 싫어하지 않으셨다

사람들이 여기에 의문이 있으면 반드시 서너 번 다가가서 알려주는데

외워서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나라가 어지러움에 당할 때에는 천리 먼 길 걸어가는 힘듬도 조금도 꺼리지 않았고

의기가 북받쳐 원통한 일에서도 그 말씀하는 기운이 사람들을 감동시키니

대개 춘추를 배워서 수용한 것이 이와 같았다고 이른다

조정에서 수십 년간 열대여섯 내외의 관직을 역임하였고

일을 처리하고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모두 가히 칭찬이 있었다

만년에 낙동강가에 정자를 지어 완석이라 이름 지어 편액을 걸고

완정이라 스스로 호를 하였으니 이소의 기풍에 거의 가깝다

이는 한강 정구선생과 여헌 장현광 두 선생의 문하에서 터득하였기에

먼저 큰 뜻을 세운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마땅히 명으로 새길만하다

 

이 성어의 발췌문은 용주 조경선생이 완정 이언영선생의 묘비의 찬한 묘갈명이다

 

문절(文節)공 용주 조경(龍洲 趙絅 1586~1669)선생은 성품이 곧고 강직하여 주로 사헌부와 사간원 등 대사간과 이조 같은 깨끗한 요직을 거치면서 왕에게 바른 말로 직간과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 조정에서 선생을 쓰기를 꺼렸으며 청렴결백하여 조정의 인사를 다루는 이조에 오래 있으면서 오로지 깨끗하고 유능한 선비를 발탁하고 천거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모든 정무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여 선생에게는 사사로운 청탁을 하는 사람이 없어 선생의 집 문전은 언제나 쓸쓸하였고 재상을 지냈으면서도 재산이 없으니 처자들은 기아를 면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는데도 또 효성이 지극하고 낙천적이셔서 84세까지 장수하면서 뛰어난 문장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으며 저서는 용주집(龍洲集)과 동사록(東槎錄) 10권이 전하고 있다

 

완정 이언영(浣亭 李彦英1568~1639)선생은 선조 24(1591)에 생원 식년문과에 장원을 하여 성균관 전적이 되고 성균관직강 선산부사 등 여러 관직을 역임 만년에 낙동강가에 정자를 짓고 여생을 보냈으며 상기 발췌문 묘갈명에 임진년(1592)에 병란이 일어나고 역병마저 심하게 번졌을 때 선생의 계모 성씨(成氏)도 감염되어 병세가 위중하였을 때 선생이 외동독자여서 좌랑공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금하였으나 선생이 슬퍼하며 계속 청해 허락받고 계모의 병을 간호하여 계모의 병도 낫고 선생도 아무 탈이 없었다는 묘갈명을 읽으니 선생의 사람 됨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저서로는 완정문집이 있다

 

오늘의 성어 일을 처리하고 백성을 다스리다의 리사치민(釐事治民)을 성실하게 실천한 두 선생님들의 행장에 감복하며 타고난 천성과 잘 다스린 인품의 성정이 하나로 어우러져 나오는 기풍이 선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장과 문장 언사들을 과연 뉘가 구사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며 일에 임하면 야무지게 처리하고 관리가 아니어도 사람간의 관계를 잘 다스리면 세상은 더욱 윤택해 지리라 믿으며 리사치민(釐事治民)을 휘호하고 백운필담에 담는다

 

桓紀 9217725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