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白雲의 囊裏談筆] 피음사둔詖淫邪遁

백운선사 김대현 2020. 3. 19. 11:00

백운 김대현의 주머니 속 이야기 붓으로 풀어가는

 

피음사둔詖淫邪遁


 

치우칠 피음란할 음간사할 사숨을 둔

 

치우치고 도리에 맞지 않고 간사하고 회피하는 것을 의미하며 번지르르하고 음흉하며 간사하여 옳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피음사둔은 맹자에 나오는 말인데 우리의 선현들이 남긴 용례를 찾아보니

동문선권지사십일 표전 의당한유청물납불골표(東文選卷之四十一 表箋 擬唐韓愈請勿納佛骨表)에 당나라 한유가 독실한 불심천자 헌종(憲宗)이 불골(佛骨)을 궁중으로 맞아들이려고 하였을 때 불골을 받아들이지 말기를 청하는 표(諫迎佛骨表)를 권우(權遇 1363-1419)선생이 의작(擬作)한 문장 중에 일부를 소개해 본다

 

伏望去邪勿疑 從諫弗咈

복망거사물의 종간불불

命將㐫穢之骨 投諸水火之中

명장흉예지골 투제수화지중

絶後代之根株 新天下之耳目

절후대지근주 신천하지이목

則治敎美而習俗厚 皇極建而大道行

칙치교미이습속후 황극건이대도행

謹當奉以周旋 去詖淫邪遁之說

근당봉이주선 거피음사둔지설

庶幾夙夜 窮性命道德之源

서기숙야 궁성명도덕지원

 

엎드려 바라오니 간사한 것을 버리는데 의심하지 마시고 간언을 받아들여 반대는 마시고

명하시어 장차 흉하고 더러운 뼈를 저 물 불속에 던지게 하여

후대에 미칠 뿌리를 뽑고 천하의 이목을 새롭게 하시면

정치가 아름답고 습속이 순후하며 황극이 세워지고 대도가 행세하게 되오니

삼가 받들어 주선하여 피음사둔의 설을 제거하고

거의 밤낮으로 성명 도덕의 근원을 궁구하게 될 것입니다

 

조선에서는 유교를 국교로 정하였으니 불교는 간사한 사교로 취급당하던 시대라 아마 이런 글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만약에 불교가 지배하던 시대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지만 요즈음에 만약 이런 글을 지식인이 쓴다면 사회의 반응은 어떻게 나올까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

 

정의도 시대의 흐름에 변화하여 간다하지만 인륜의 효는 변함이 없는 것이리라

인간을 두루두루 널리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정신으로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형제간에 친목과 친구간의 우애와 이웃 친지간의 화평과 나라에 진실로 충성하는 자에게는 치우치거나 음흉하거나 간사하거나 숨어서 호박씨를 까는 일은 자행하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다운 세상사에 치중해서 모든 일을 행하리라 믿는다

 

피음사둔의 마음은 던져버리고 하얀 화선지위에 마음을 오롯이 모아 휘호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