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白雲筆談] 정칙유서 整飭有序

백운선사 김대현 2020. 9. 16. 11:18

백운선사 김대현이 붓으로 풀어가는 주머니 속 성어이야기[成語文集 白雲筆談]

 

정칙유서 整飭有序

가지런할 정신칙할(정비할) 있을 유차례 서

 

가지런히 정비되어 질서가 있다

 

이 성어는 조선 전기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사가정 서거정(四佳亭 徐居正14201488)선생의 시문집인 사가문집(四佳文集)권이(卷二)에 나주 객관의 동헌을 새로 중건한 것에 대한 기문(羅州客館東軒重新記)에서 발췌하다

 

牧有便有通判各一 목유편유통판각일

州於全羅道最鉅 境壤緜曠 民物繁阜 주어전라도최거 경양면광 민물번부

地又瀕海 有秔稻之鐃 物產之富 지우빈해 유갱도지요 물산지부

乃一道稅賦之會要 내일도세부지회요

四方商旅之走集也 사방상려지주집야

由是民悍而吏豪 事煩而務劇 유시민한이리호 사번이무극

牧而莅之 非盤錯剸治之才 未易諧也 목이리지 비반착전치지재 미역해야

成化己亥 月城金侯 以選出牧 성화기해 월성금후 이선출목

又得賢通判吳侯 志同氣協 우득현통판오후 지동기협

政脩弊袪 慨然有重新廨宇之志 정수폐거 개연유중신해우지지

乃捐己俸 助以公帑 내연기봉 조이공탕

命工鳩材 先就東軒而繕脩之 명공구재 선취동헌이선수지

但軒之舊制 廣狹失宜 단헌지구제 광협실의

今復規畫增損之 금부규화증손지

由軒及室 整飭有序 유헌급실 정칙유서

涼燠適宜 揔若干楹 량욱적의 양약간영

 

나주 목에는 목사와 통판이 각 1인씩 있다

전라도에서 가장 큰 고을로 면을 재배하기 좋게 땅이 넓고 백성과 물건이 많고 크다

지역이 또 바다에 가까워 그래서 곡식과 쌀이 넉넉하고 생산되는 물량이 풍부하여

이에 한 도의 부역과 세금이 모이는 중요한 곳으로

사방의 상인들과 나그네들이 집중적으로 모이게 되는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백성들이 사납고 관리들이 거칠며 일이 번잡하고 사무가 복잡하여

목사를 맡으려면 얽히고설킨 일을 처리하는 재주가 아니면 고을 일을 해 내기가 어렵다

성화 기해년(1479)에 월성 김후가 선발되어 목사로 나가고

또 현명한 오후가 통판이 되어 이들이 생각과 의기가 일치 합하여

정치를 잘 수행하고 폐단을 없애고 개연히 관사를 중수할 생각이 있었다

이에 자신들의 녹봉에서 덜어 내고 공관의 보조를 더하여서

목수를 정하고 목재를 모으고 먼저 동헌부터 수리를 하였다

다만 동헌의 이전 제도 규모는 넓이가 좁아서 마땅하지 않아

이제 다시 크기를 증감하여 재고 그려서

동헌을 수리하고 이어 방을 수리하니 가지런히 정비되어 질서가 있었다

시원하고 따뜻하게 적당히 배치되어 모두 서너 칸의 집을 이뤘다

 

이 성어는 사가정 서거정(四佳亭 徐居正14201488)선생이 나주 관사의 객관 동헌을 새로 중건한 것에 대한 기문을 쓴 내용 중에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양촌 권근선생의 외손자인 사가정 선생은 세종 26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문종 1년에 집현전박사 등을 거쳐 세조 3년에 문신정시에 장원급제한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문장가로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 여섯 임금을 45년간 섬기고 자신의 직책을 지키는 것을 직분으로 삼아 조정을 떠나지 않았으며 저술로는 공동편찬 저술 서로 동국통감(東國通鑑)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 동문선(東文選) 경국대전(經國大典) 연주시격언해(聯珠詩格言解)등이 있고 개인 저술서는 역대연표(歷代年表) 동인시화(東人詩話)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필원잡기(筆苑雜記) 동인시문(東人詩文) 등 시문집으로 사가집(四佳集)이 있으며 명나라 사신 기순(祁順)과의 시 대결에서 우수한 재능을 보여 더욱 유명해진 선생은 사신을 통한 황화집(皇華集)을 편찬하여 중국에까지 선생의 이름이 알려졌으며 선생의 글씨도 명필이라 충주의 화산군권근신도비(花山君權近神道碑)에 선생의 필적이 남아 있다 시호는 문충(文忠)공이며 대구 귀암서원(龜巖書院)에 제향되었다

 

가지런히 정비되어 질서가 있다라는 오늘의 성어 정칙유서(整飭有序)에 맞게 지난 칠월 한 달을 돌아보고 혹여 흐트러진 것들이 있었다면 마음가짐을 다시 추스르고 주위에 어지럽힌 물건들은 다시 정리 정돈하여 오곡이 영글고 하늘은 점점 높아지며 달은 더욱 둥글기만 하는 팔월 한가위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있는 달을 맞이하기 위해 삼성신 하나님과 조상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정칙유서(整飭有序)를 휘호하고 백운 필담에 담아 놓는다

 

 

桓紀 9217729일 그믐날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