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白雲筆談] 의구온결 依舊蘊結

백운선사 김대현 2020. 9. 17. 10:22

백운선사 김대현이 붓으로 풀어가는 주머니 속 성어이야기[成語文集 白雲筆談]

 

의구온결 依舊蘊結

의지할 의예 구쌓을 온맺을 결

 

옛날 그대로 변함없이 맺혀 있다

 

이 성어는 조선중후기 성리학자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17111781)선생의 시문집인 대산집(大山集) 권륙(卷六)에 권강좌에 답함 임술(1742)(答權江左 壬戌)에서 발췌하다

 

天下莫尊於義理 천하막존어의리

文章特其一事耳 而欲比而論之 문장특기일사이 이욕비이론지

則固已失其輕重之倫矣 칙고이실기경중지륜의

又以其害於爲文而欲遂廢之 우이기해어위문이욕수폐지

則是客乘主而孼代宗 칙시객승주이얼대종

天理或幾乎熄矣 천리혹기호식의

繭絲之喩 前此固已屢承 견사지유 전차고이루승

然但言烹繭之得絲 연단언팽견지득사

而不究所烹之非眞繭 이불구소팽지비진견

又失其所以烹之之道 政使急火爛沸 우실기소이팽지지도 정사급화란비

所得只是旁邊紕繆 소득지시방변비무

眞正端緖 依舊蘊結 진정단서 의구온결

不得紬繹其絲毫 불득주역기사호

曷足以供歲寒之用哉 갈족이공세한지용재

 

천하에 의리보다 존귀한 것은 없다

문장은 특히 그 하나의 일일 뿐이며 이를 견주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진실로 이미 가볍고 무거움의 순서를 잃었으며

또 문장을 짓는 데에 방해가 됨으로서 드디어 폐지하고자 한다면

즉 이는 나그네가 주인 행세를 하고 서자가 종손을 대신하면

하늘의 이치가 혹 거의 망하게 될 것이다

고치와 명주실로 비유함은 이전에 진실로 이미 여러 번 이어 졌는데

그러나 다만 고치를 삶아서 명주실을 얻는 것만 말하고

삶는 것이 진짜 좋은 고치의 품질이 아닌지는 생각해 보질 않았다

또 고치를 삶는 방법을 몰라 정히 급한 센 불로 문드러지도록 끓이게 되면

얻는 바는 단지 주변의 잘못된 실일 뿐이며

진정한 실마리는 옛날 그대로 변함없이 맺혀 있으면

명주실 한 오라기도 뽑고 풀어내어 얻을 수 없으니

어찌 추운 겨울의 용도로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이 성어는 대산 이상정(大山 李象靖1711~1781)선생이 권강좌에 답하는 편지글에서 발췌를 하였는데 권강좌는 강좌 권만(江左 權萬1688~1749)선생이시며 두 선생은 편지글로 학문과 문학을 논하며 논쟁을 벌린 퇴계선생과 고봉선생간의 주고받은 편지글처럼 선생님들의 논쟁도 대단하였다고 학자들은 평한다[江左 權萬大山 李象靖文學 論爭 /18世紀 嶺南文風 속에서의 그 意味 / 李知洋 지음]

 

강좌 권만(江左 權萬)선생은 조선 중후기의 문신이자 서예가이며 우찬성 권벌(權橃)6대손이며 부친은 승문원부정자를 지낸 권두굉(權斗紘) 모친은 조계윤(趙啓胤)의 딸 풍양조씨(豊壤趙氏)이고 권두인(權斗寅) 권두경(權斗經) 권두기(權斗紀)의 조카이며 172134세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이재(李栽)와 이광정(李光庭) 등의 문하에서 학문을 익히며 김성탁(金聖鐸) 이상정(李象靖) 등 여러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38세에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에 오르고 난후 사변주서(事變注書)에 제수되었으나 명가(名家)의 자손이라서 높이 선발되었다는 소리가 들리자 벼슬자리를 그만두고 미련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지내던 중 이인좌 정희량의 난이 일어나자 유승현과 더불어 의병을 일으켰으나 오히려 난에 연루된 혐의를 받았으며 다행히 혐의를 벗었다 선생은 시와 서예에 능통하셨는데 글씨는 전서(篆書)를 즐겨 썼고 당송(唐宋) 고문은 격이 낮다고 여겨 육경(六經)의 간명한 문체에 심취해서 문학에 주력하였다고 학자들은 평가하며 1788년에 양산충렬사(梁山忠烈詞)에 조영규(趙英圭)선생과 함께 봉향되었으며 춘추원(春秋圓)에 선생의 사적비가 남아있다고 전한다

 

옛날 그대로 변함없이 맺혀 있다 라는 오늘의 성어 의구온결(依舊蘊結)은 어떤 용도로 문장에 쓰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리 느끼게 되는 묘한 성어인데 친구 간에 오랫동안 맺어져 변함없는 의리로 우정을 이야기 할 때는 의리를 강조해 주는 말이 되어 좋은 의미의 뜻이 될 수 있고 발췌문에처럼 고치를 삶을 때 고치의 품질이나 고치를 잘 삶는 방법을 궁구하지 않고 그냥 옛날 하던 대로 변함없이 한다면 좋은 실을 얻을 수 없으니 이 말은 습관성 구폐관행이라 나쁜 의미로 다가오는 의구온결(依舊蘊結)이지만 필자는 오곡이 영글어 가는 팔월 초하루 아침에 늘 하던 대로 변함없이 옛 선현들을 뵙고 좋은 말씀을 가슴과 뇌로 받아들이고 성어 풀이하며 붓 들고 의구온결(依舊蘊結)을 휘호하고 백운 필담에 담는다

 

 

桓紀 921781 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