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선사 김대현의 세계/백운선사의 서예세계

[成語文集 白雲筆談] 루지빈복 屢躓頻復

백운선사 김대현 2020. 10. 10. 11:10

백운선사 김대현이 붓으로 풀어가는 주머니 속 성어이야기[成語文集 白雲筆談]

 

루지빈복 屢躓頻復

() 넘어질 지자주 빈돌아올 복

 

누차 넘어지고 자주 일어나다

 

이 성어는 조선 말 근대 일제치하 때의 성리학자인 심재 조긍섭(深齋 曺兢燮 1873-1933)선생의 시문집인 암서집(巖棲集) 권십오(卷十五)에 어떤 사람에게 답함 정미년(答或人 丁未1907)에서 발췌하다

 

旣又屢躓頻復 年洽三紀 기우루지빈복 년흡삼기

而枵然如空匏去 이효연여공포거

無聞方朝夕耳 무문방조석이

而躬値宇宙之大變 이궁치우주지대변

茫然如涉大津而亡袽楫然 망연여섭대진이망녀즙연

私心所念 自以平生爲學 사심소념 자이평생위학

粗閱天下之義理 조열천하지의리

竊有感於吾夫子歲寒後凋之指 절유감어오부자세한후조지지

冀得一方 便以爲安身立命之所 기득일방 편이위안신립명지소

至於君國民生之危亡 지어군국민생지위망

雖中宵仰屋之懷 不能自禁 수중소앙옥지회 불능자금

而默思經濟如盪陸舟 이묵사경제여탕륙주

尋尺推不去 심척추불거

每因自歎其所學之虛 매인자탄기소학지허

眞不能逃腐儒之標目也 진불능도부유지표목야

 

이미 또 누차 넘어지고 자주 일어나고 하다 보니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만

비어있는 바가지처럼 속이 텅 비었으니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몸은 우주의 큰 변화를 맞이하여

큰 나루를 건너려는데 망연하게도 낡아빠진 노를 잃어버린 듯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스스로 평생 학문을 하였어도

천하의 의리를 대략적으로나마 교감하고

몰래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시들어 짐을 알게 된다.”라고 하신 말에 감동되어

바라건대 한 지역을 얻어 편안하게 근심 없이 생활하는 장소로 삼기를 바랐으나

임금과 나라와 민생의 멸망이 위기에 봉착함에 이르러서는

비록 한밤중에 천장을 우러르며 가슴에 품은 회포를 스스로 금하지는 못하나

조용히 나라와 생활에 필요로 일을 육지에서 작은 배로 옮기는 것같이 작게 생각해도

보통 한 자 한 발도 옮기지를 못하니

매냥 배운 학문이 헛된 바임을 스스로 탄식하게 됨으로

진실로 썩은 유학자라고 눈총 받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이 성어는 조선 말 국운이 쇠퇴하고 나라를 빼앗기는 시점(1907년 광무11)에 아마도 어느 분에게 보내는 심재 조긍섭(深齋 曺兢燮 1873-1933)선생의 편지글을 선생의 시문집인 암서집(巖棲集)에서 발췌를 하였는데 심재선생은 본관은 창녕(昌寧)이고 11세 때에 근사록을 10일 만에 베껴 쓰는 놀라운 글재주를 보였으며 1910년 한일합병소식을 듣고서는 두문불출하면서 곤언(困言)을 저술하고 거빈해(居貧解) 성존심비변(性尊心卑辨)등의 논문을 쓰면서 부친이 돌아가신 후 정산서당을 지어 후학을 가르치다가 19193월 일본총독과 동포대중에게 보내는 글의 초안을 잡다가 발각돼 17일간 구속을 당했으며 1928년 겨울에 문인들의 요청으로 정산에서 비슬산 서쪽인 쌍계(雙溪)로 거처를 옮겨 구계서당(龜溪書堂)을 짓고 후학을 계속 양성하였으며 193361세로 세상을 등지신 선생은 일정한 스승은 없었으며 타고난 성품이 매우 영특하여 일가의 학문을 이뤘는데 시문에도 법도가 있어 당시 영남 사림에서 거목으로 지목하였으며 한말 지식인 가운데에 황현(黃玹) 김택영(金澤榮) 이건창(李建昌) 등과 교유하면서 그들을 뛰어난 인물로 칭찬했던 점으로 보아 유학자로서의 보수적 경향만을 고집하지 않는 학자였으며 저서로는 암서집(巖棲集) 심재집(深齋集) 4120책 조명록(措明錄) 등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울분을 학문과 후학지도와 저술로서 자신을 드러낸 선생의 행장을 읽고 또 발췌문 편지글을 읽으면서 몸소 목숨 내어놓고 독립운동을 하려 다니셨던 선생님들과 국내에 머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구하는 선생님들과 시류에 편승해서 자기 안위만을 찾고 오히려 더 친일에 앞장섰던 소위 지배권력 위정자 층들을 교차 비교하면서 필자가 이 당시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처신을 했었을까를 생각하며 오로지 국력과 국방력은 늘 함께 길러야 다시는 나라 빼앗기는 서러움은 겪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결론만 얻는다

 

누차 넘어지고 자주 일어나는 루지빈복(屢躓頻復)는 우리 인간 사회에서 특출하게 태어나지 않은 이상은 누구나 다 겪게 되는 삶의 한 과정을 당사자가 그 지나가는 세월을 무의식이든 의식 중이든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잘 다듬어 가느냐하는 방법은 어떤 특정한 열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깨쳐야 할 일일 것이니 여기에 감이다 대추다 하는 정답을 찾는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자하며 루지빈복(屢躓頻復)처럼 넘어지면 훌훌 털고 일어나고 일어나서 넘어지면 또 털고 일어나데 포기를 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 도달 할 수 있음을 강하게 믿고 천지자연의 변화와 몸의 변화는 같이 가는 것이니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적응시켜나가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생산적인 일이 되는 것은 개인이든 나라이든 매양 하나같음을 믿으면서 루지빈복(屢躓頻復)를 성어문집에 담고 휘호를 한다

 

 

桓紀 9217824일 아침에 白雲仙士 金大顯